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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박철현, 서상민, 송인재, 은종학, 이광수, 차태근, 최은진, 허재철 공저 지음

학고방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총서 9중국 지역연구와 지식네트워크HK인문한국사업의 아젠다 중국 지식지식인: 지형과 네트워크주제와 관련된 마지막 연구결과물이다. 십년간 매년 한해마다 기획한 연구를 수행하여 총서를 발간하였는데 올해 9권을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그간의 아젠다 연구는 첫째 학술사나 지식사회학 등의 연구에서 주로 언급되어 왔던 지식이나 지식인 연구에 그치지 않고 이를 새롭게 하고 확장하고자 해왔다. 기존의 지식이나 지식인 연구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명목적 지식과 암묵적 지식까지 포함하여 지식의 범주와 접근의 방법을 모색하고자 했다.

둘째 분과학문적 틀을 벗어나 융합과 통섭을 추구하며 지식담론, 문학예술, 과학기술, 국정운영, 정치경제, 사회문화의 범주로 나누어 주제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중국연구의 사각지대를 포함한 지형의 변화를 드러내고자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질적 분석과 양적 분석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면서 다층적 접근을 모색하였다.

셋째 부상하는 중국이 지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가를 살펴보았고 중국이 외부지식을 수용하면서 어떠한 글로컬리티적 지식을 축적하고 또 외부로 발신했는가 하는 점에도 주목하였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역사적 변화뿐만 아니라 지식지형의 변화가 현재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서 어떠한 함의를 지니고 있는가를 살펴 볼 수 있었다.

넷째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네트워크를 분석하기도 하고 연구과정에서 중국의 지역연구에 적절한 네트워크를 규명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지식인과 지식개념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방법론을 정립해 왔다.

그 결과가 종합되는 아젠다 연구의 최종 목표는 지식연구를 통한 중국 지역연구의 새로운 접근과 이론화의 구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실현해 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으며 학문분과를 넘어선 통섭과 융합도 여전히 모색도 중이다. 목표한 기존의 지식연구와 다른 차별성을 확보하거나 방법론을 제시하겠다고 한 부분도 자신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종합적인 중국 지식연구를 선도하였는가. 특정사례를 통해 중국 전체를 드러내거나 보편적인 인식의 틀을 제공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아젠다 연구를 장기간 하면서 이룬 성과도 적지 않았는데 역사적인 흐름과 변화에 주목하여 중국 지식과 지식인의 다양한 조직과 활동 속에 축적된 지식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규명하였다. 또한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지식의 생산과 유통과 확산의 새로운 지형을 구축했다는 점도 드러내었다. 뿐만 아니라 연구 과정에서 지식의 지형과 지식생산의 경로를 중층적으로 파악하였고 다양한 함의의 네트워크를 방법론도 실험하였다. 이를 통해 지식생산과 유통, 확산의 동력이나 장치를 밝히기도 하였다. 또한 시각적으로 지식을 이미지화하여 지형과 지식의 관계를 표현해 내었다.

총서 9권의 글들은 지난 십년간 수행한 아젠다 관련 연구의 주제를 각자의 영역에서 녹여낸 것으로 중국 지식지식인: 지형과 네트워크연구의 심화와 확산을 위한 현재의 지점과 향후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차태근의 서학의 사다리와 지식장19세기 서학이 중국의 지식체계 경계 밖에서 어떻게 중국의 지식체계로 접속되어 가는지를 살펴본 흥미로운 글이다. 명말 청초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수용된 서학은 중국 지식체계 전체에서 볼 때 여전히 예외적이고 보조적인 의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19세기에 서학이 중국의 지식체계에서 일정한 지위와 기능을 확보해 갔고 이는 중국의 근대성이 독특한 성격을 지닌다는 점과 관련이 있음을 드러내 주었다. 글에서는 특정한 지식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지식장을 분석하였다. 중국에서 서학이 夷學에서 洋學. 그리고 新學으로 지위와 역할이 서로 다른 서학경로와 지역공간에 따라 어떻게 형성되고 수용되었는가를 드러내었다.

박영순의 서학동점기 서학의 수용과 지식생산: 上海格致書院考課格致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는 신식서원이 서학을 수용, 전파함과 동시에 전통학문체계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나간 과정을 분석한 글이다. 1874년에 설립된 상하이격치서원(上海格致書院, 이하 격치서원으로 약칭)고과(考課)’의 활동을 통해 당시 양무 관료와 지식인들의 서학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고찰하였다. 또한 지식생산의 기제를 격치서원의 기관적 특성, 고과의 시행과 행위자(출제자와 수상자)분석, 격치서원과예에 반영된 서학에 대한 인식과 중서학[격치] 관계를 이해한 방식 등을 분석하고 신식서원에서 생산된 양무지식의 내용과 그 메커니즘을 밝혔다.

최은진의 모던 차이나(Modern China)’ 잡지와 미국의 중국학 연구동향: 키워드 동시출현 분석을 중심으로는 키워드 동시출현 방법을 활용하여 담론의 네트워크를 규명하고자 한 글이다. 미국의 중국학 연구가 1970년대 냉전시기의 중국학 연구가 내재적 문제를 지녔음을 제기하며 중국 중심의 연구를 모색해 나간 과정을 살펴보고 이러한 모색의 과정에 담론 유통의 장인 비판적 잡지인 모던 차이나에 주목하였다. 주편인 필립 황의 편집의도를 분석하고 기존연구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2000년대 이후의 변화를 키워드 네트워크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모던차이나의 최근 연구들은 역사연구와 현재 중국의 문제를 연결하는 것으로 역사를 중심으로 하되 사회학이나 경제학 등의 연구방법을 차용하였던 경향이 있음을 드러내었다.

서상민의 순자(荀子)와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 정치사상은 순자와 마키아벨리라는 2인의 사상가들의 사상에 대한 의미상관성을 비교 검토한 글이다. 2인의 구체적인 사상을 전체적으로 비교하기보다는 그들의 객관적인 상황의 공통성과 자신들의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들의 현실주의적 대안의 현재적 의미만을 논구하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하였다. 순자와 마키아벨리는 각기 다른 역사적 정신적 기반 하에 자신들의 사고체계를 구성하였지만, 혼탁한 사회와 정치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관찰하고 그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가려는 노력의 결과 자신의 사상체계를 형성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를 순자와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을 치란지법(治亂之法)의 정치사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송인재의 정치유학의 이념과 쟁점은 정치유학에 대한 논박이 중국의 부상 이후 중국에서 발산되는 지적 욕망과 지식지형의 단면이라고 보고 정치유학의 부상과 그 내용과 특성을 분석한 글이다. 중국 몰락의 원흉이라 지탄받고 용도폐기처분을 받은 유학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특히 21세기 들어 중국 지식계의 논쟁에 파문을 일으킨 정치유학의 주장을 살펴보았다. 정치유학은 중국이 정치제도, 사상 면에서 서양의 것을 추수하면 안 된다는 의식의 발로로 서구식 대의제 민주주의가 최선이 아님을 강조하는 것을 주요한 내용으로 한다. 또한 정치유학 담론에는 심성론에서 벗어난 오래된 유학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정치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세계의 리더가 될 중국의 앞날을 개척해야 한다는 욕망이 담겨 있다고 분석하였다.

박철현의 현대중국의 발전전략과 호구제도 : 시진핑 시대를 중심으로는 건국 이후 중국의 발전전략과 호구제도의 관계를 추적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현재까지의 변화과정을 고찰한 글이다. 건국 초기 확립된 중공업 위주 발전전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인구의 압도적인 다수인 농민이 거주하는 농촌에서 자원을 추출하여 도시 중공업 부문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농민의 도시이주를 금지시켜야 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제도가 바로 호구제도 였다고 한다. 이러한 호구제도는 1980년대 농촌개혁, 1990년대 도시개혁을 거치면서 호구제도와 또 달랐지만, 시진핑(習近平) 시대인 2013년 이후 생겨난 최근의 호구제도 개혁은 기존의 호구제도 개혁과 또 다른 질적인 차이를 보인다고 하였다.

이광수의 대만 TV시사토론프로그램의 정치편향성은 언론매체의 정치적 편향성에 따른 프레이밍 효과에 의해 심화되고 있는 대만 언론의 양극화 문제를 방송언론 즉 TV시사토론프로그램에 대해 분석한 글이다. 대만의 TV시사토론프로그램의 분석은 정치적 성향을 분석하기에 적절한 것으로 보았다. 특히 시사프로그램은 남녹 정파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방송임에 주목하였다. 따라서 정치적 편향성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모기업의 정치적 배경 및 성향, 사회자의 정치적 성향과 진행 방식, 토론자의 직업과 발언, 토론 주제 선정 및 접근 방식 등의 요인에 따라 드러났다. 그의 분석에 의하면 국민당 중심의 남영 정치세력과 민진당 중심의 녹영 정체세력으로 표현되는 양극화된 정치적 편향성이 프로그램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외 정치적 편향성은 토론자, 사회자의 정치성, 경쟁의식등도 작용했다고 분석하였다.

허재철의 중국의 동남아 연구와 지식 교류 네트워크는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중국의 동남아 연구에 대해 분석한 글이다. 연구대상은 동남아와 관련된 1992년부터 2018년까지 모든 학술영역에 걸친 5,541편이라는 방대한 양의 논문으로, 연구 빈도 추이 및 주요 연구자, 학술지 등을 살펴보았고 키워드 네트워크를 통해 그 동안 어떤 주제로 연구가 진행되었는가 동향을 분석하였다. 이와 같은 중국의 동남아 연구 현황은 한국 학계의 동남아 연구에도 시사점을 주며 향후 중국과 한국, 또는 한··3국의 동남아 연구 비교로의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종학의 싱가포르 SUTD對中·對美 연구협력 네트워크 분석동아시아의 작은 용이라 일컬어지는 국가들(한국, 대만, 싱가포르)에 대한 최근의 비교연구에서 싱가포르를 주목하여 연구한 글이다. 싱가포르는 중국의 부상에 가장 기민하게 대응하며 전략적 균형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 바 있어 싱가포르에 주목하였다. 분석은 미시적으로 2012년 싱가포르가 신설한 제4의 국립대학 SUTD에 초점을 맞추었다. 디자인에 강조점을 둔 SUTD는 설립과정에서부터 양대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 선정한 미국의 MIT, 중국의 절강대학과 최근까지 형성·발전시켜 온 연구협력 네트워크를 다각도로 실증 분석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SUTD가 미국 및 중국의 서로 다른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며 국제적 네트워크 속에서 자신의 위상을 어떻게 구축해 가는지 분석하여 정책적 함의도 드러내었다.

이상의 연구를 종합하여 살펴본 본서의 주요한 특징은 외부에서의 지식 수용과 이를 변용하고 중국의 지식을 외부로 확산하는 지식생산과 유통, 확산의 메커니즘을 분석하였다는 것, 지식생산기관과 생산된 지식의 내용과 그것의 함의를 분석하고자 한 것, 네트워크 방법을 활용한 지식확산의 의미, 실제의 분석 등을 다각도로 모색한 것이라 하겠다. 향후 보다 유기적인 연구를 통해 연구가 더 심화되고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아젠다 연구를 꾸준히 열정적으로 해 주신 중국인문사회연구소의 선생님들과 함께 참여해 주신 많은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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