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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욱, 김주아, 모준영, 박영순, 박철현, 서상민, 윤종석, 이광수, 조성찬, 최은진 공저


서문

 

중국의 지식 지형의 변화는 중국 지역연구의 새로운 동인으로 작용한다. 그와 함께 급변하는 중국 지식계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차원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볼 때, 지식은 오랜 기간 누적되어온 지식 지형과 패턴을 보이지만, 그 방향성이 정향적(定向的) 진화를 가져오지만은 않는다. 자국 내의 사회적 변동과 대외적인 세계 변화에 따라 자발적 혹은 수동적 수용·변용을 거치면서 다양한 지식생산과 지형을 보인다.

본 연구 사업단은 1단계의 주제를 중국의 지식 지형: 흐름·구조·패턴이라고 정하고, 1년차에서는 중국의 지식 형성의 동인(動因)과 변화를 살펴보고자 했다. 각 학문영역에서 지식·지식인의 범주와 개념, 지식형성의 동인과 변화, 지식 창출자로서의 지식인의 역할 변화, 지식형성의 요인과 면모 등을 파악하고자 했다.

본 총서 중국 지식 지형의 형성과 변용은 이러한 배경에서 연구한 총 10편의 글을 모아 둔 것이다.

김승욱의 논문은 중국 근대 역사학에서 역사 서술의 기본 단위로 부각된 국가 개념이 정치체로서 기존의 국가개념을 어떤 방향으로 재구성한 것이었는지를 분석한 글이다. 근대 역사 지식인 량치차오(梁啓超구졔강(顧頡剛푸쓰녠(傅斯年) 등의 역사 서술 방식을 통해 국가 개념의 재구성과 그 방향성을 파악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국가의 정책 지식과 제도를 생산하는 정치체로서의 국가개념이 근대에 들어오면서 국가 체제와 구조가 변화하였고, 그에 따른 역사 서술 방식과 국가 개념을 재구성하고자 했지만, 여전히 기존 국가 개념의 관성을 보여주고 있음을 파악하였.

김주아의 논문은 문명의 흐름 속에서 발생한 번역어의 탄생과정을 통해 지식이라는 이름으로 전파된 물질문명과 정신문화가 어떻게 해당 국가에서 정착했는지 그 과정을 탐색한 글이다. 문명의 충돌로 인해 권력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근대 시기에 번역가의 역할은 단순히 언어의 치환 능력뿐만 아니라, 지식수용의 주체이자 개념어 창출의 행위자로서 시대의 지식과 사상을 열어주는 기능을 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번역가를 지식 창출의 주체자인 지식인으로 간주하였고, 이들이 구축한 지식체계의 형성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과 일본의 번역문화와 번역사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박영순의 논문은 지식인의 지식생산을 행위자-행위-지식생산이라는 틀로 상정하여 청초 유배문인-유배시사(詩社)-유배작품에 대해 분석한 글이다. 청초 순치(順治) 연간에 문자옥·과장안(科場案도인법(逃人法) 등으로 인해 동북지역으로 유배 간 문인, 지식인들은 유배시사를 설립하여 유배문학과 문헌저술을 엮음으로써 후대 동북문화의 지식기반 형성에 토대를 쌓았다. 이 글은 청초 문자옥으로 인해 동북지역 심양(瀋陽)으로 유배 간 유배 지식인 함가(函可)와 그 작품을 대상으로, 역사적 시간[청초], 지리적 공간[동북], 문학 작품[유배시]을 융합하여 분석하였다.

박철현의 논문은 1980년대 개혁기 초기 노동자 교양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직공사상정치교육의 문제를 중심으로 분석한 글이다. 국가의 권력 지식인이 기술과 노동 지식을 생산하는 사회 하부 구조의 노동자상()을 구축하기 위해, 노동자 교양 교육 지식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특징에 대해 분석했다. 포스트 사회주의로의 전환과정에서 중국의 국가는 노동자 내면을 바꾸기 위해서 어떻게 노동자의 교양을 장악하려고 했고, 이를 통해 구축하고자 했던 노동자상()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아울러 교양을 둘러싸고 국가와 노동자의 갈등과 타협은 어떠한 계기로 어떤 형태와 내용으로 표출되었는지를 분석했다.

모준영의 논문은 지정학이라는 키워드로 중국의 지정학 지식의 생산과 확산에 대해 분석한 글이다. 시진핑 집권 전후 중국 내 지정학 지식의 생산에 초점을 맞추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CNKI에서 지정학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된 논문들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지정학에서 사용되는 정치 경제적, 문화 지리적, 자연 지리적 요인을 중심으로 재분류하여 중국의 지정학 연구자의 범주, 대상 및 주요 개념을 파악했다.

서상민의 논문은 시진핑 시기 중국의 일대일로론인류운명공동체론속의 중국의 국제 질서에 대한 인식과 중국 외교의 목표를 시진핑 시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책 지식을 어떠한 의도와 목표로 어떤 과정을 통해 산출해내고 있는지를 분석한 글이다. 이를 통해 지배자적 관점에서의 정책 지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이를 시진핑 주석의 관련 연설문에 대한 텍스트 분석 방법을 통해 양적인 측면에서 밝히고자 했다.

윤종석의 논문은 중국 농민공이 국가와 사회 모두로부터 타자화되고 배제되어온 사회적 구조를 특히 담론 측면에서 분석한 글이다. 2000년대 초중반 이후 농민공은 비가시화된 개체로부터 집단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지만, 농민공 문제로서 대상화되고 국가와 사회적으로 타자화되고 다차원적으로 활용되면서 주체이자 객체인 모호한 지위로 거듭남을 고찰하였다. 이를 통해 농민공 문제의 해결이 국가, 사회적으로 추진됨에도 불구하고, 농민공은 담론 차원에서 주체적인 지위의 결핍으로 자신의 문제해결에 근본적인 한계를 낳고 있음을 밝혔다.

이광수의 논문은 양안의 문화교육 교류와 지식 교류 확산에 대해 분석한 글이다. 양안 문교 교류 모델은 경제무역과 민간문화교류의 협력 촉진과 양안 통합의 조건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지식 교류의 확산이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양안의 문교 교류는 교류방식, 교류 범위, 교류 통로 면에서 새로운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한 상호 공유하는 정체성 형성과 통합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분단 상태에 따른 역사적, 정치적 차이로 인한 제한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음을 분석했다.

조성찬의 논문은 공간, 도시화, 토지 소유 구조를 키워드로 하여, 농촌 토지제도 변화를 중심으로 중국과 북한의 이원적 토지 소유 구조의 변화경로를 비교 분석한 글이다. 그 결과 두 국가가 사회주의 정부 수립 이후 농지 개인 소유제에서 시작하여 협동화로 전환하기까지는 유사했으나, 개혁과정 이후로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원인은 혁명정권 수립에 대한 농민의 기여도, 도시화 발전전략과 부작용 정도 및 이원적 토지 소유 구조에 대한 공간소유 주체접근법의 차이에 있음을 파악하였다.

최은진의 논문은 1920년대 이래 향촌건설운동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청말민초 이후 교육체제의 변화와 연관 지어 고찰한 글이다. 역사적 변동과정에서 중앙과 지방 및 향촌의 사회구조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권력망 안에서 향촌 세력과 새로운 교육체제에서 출현한 지식인들 간의 관계를 파악했다. 이를 통해 청말 이래 중국사회의 변화과정에서 교육을 통한 향촌 사회의 재건 과정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다양한 역학관계의 재편이 새로운 농민화된 지식인들의 향촌사회 건설과 재건의 실험을 통해 이루어진 것임을 밝혔다. 또한 교육이 사회통합 작용으로 제시되고 향촌사회의 변화를 추동하는 지식으로도 작용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지식·지식인 연구는 주로 학술적 실체, 지식과 권력의 관계에 보다 많이 집중해 왔다. 담론 창출자로서의 지식인, 정책 결정으로서의 싱크탱크, 산업의 흐름을 주도하는 경제전문가, 작품 생산자로서 문인, 번역가 등 사회의 상부 지식인의 범주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이는 한 사회에서 지식·지식인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과 양상을 포착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지식은 시대에 따라 가변적이며 이를 추동하는 주체 역시 다면적이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점을 감안하여 청말부터 당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어학·문학·사회·정치·교육·문화 등 다양한 학문영역의 글들로 구성되었다. 지식인의 범주를 역사 지식인, 문학 지식인, 번역가, 정책 지식인에서부터 사회 현장에서 만나는 농민화 된 향촌 지식인 등으로 확대해 보았다. 지식의 범주를 국가 개념, 문학 작품, 번역작품, 노동교양 지식, 지정학 지식, 정책 지식, 농민공 담론, 양안 문화 지식, 공간 지식 등을 포괄하여 주로 개념·작품·정책·담론·공간 등의 키워드 안에서 살펴보았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키워드분석·연설문 분석·문헌 분석·비교분석·학술지 분석 등 다양한 방법과 시각이 시도되었다.

 

이상의 연구를 통해서 지식은 사회적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자기 변화를 이루어왔으며, 그에 따른 지식·지식인의 범주와 개념 및 역할도 변화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러한 연구는 향후 지식·지식인을 탄생시킨 지식구조와 매커니즘을 파악하는 토대 작업으로서의 의미를 지니며, 중국의 지식 지형의 변화를 포착하고 중국 지식 지형도를 그려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식으로서의 중국 연구의 이론화를 모색·정립하고, ‘지식으로서의 중국학이라는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영역 간의 유기적인 연계와 치밀한 분석 및 다양한 방법과 시각 등이 더욱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임중도원(任重道遠)’이다. 하지만 한 걸음 내딛었다. 향후 좋은 결실로 이어지길 바란다. 끝으로 이 책의 기획과 집필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10분의 집필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항상 좋은 책을 만들어 주시는 학고방 사장님과 편집진에게 감사를 드린다.

 

20205

집필진을 대표하여 박영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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