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식이 기업의 핵심경쟁력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지식의 개발과 활용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기존 지식이전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로의 효율적인 지식이전은 자회사 핵심역량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다국적 기업의 본사-자회사의 지식이전 메커니즘은 1990년 대 이후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었다. 특히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점차적으로 중국내 다국적기업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다국적기업이 중국의 국내 및 대외경제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90년대 이후 다국적기업의 지식이 중국 자회사에 이전되는 과정과 그 특성에 대한 연구는 주목을 받아왔다.

기존 연구는 대부분 사회관계망(Social Network), 사회적자본(Social Capital) 내지 지식적 특성에 근거하여 기업 간 혹은 기업내 지식이동을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국적기업내 본사(Headquarters)에서 자회사(Subsidiary)로의 지식이전과 그 성과를 지식전달자(Sender)와 수용자(Recipient)의 배태성 (embeddedness)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 연구들은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배태성(embeddedness)은 ‘사회적 관계와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행위의 한계성’을 의미하며 지식이전 단계에서는 지식전달자와 수용자간의 신뢰관계, 심리적 거리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파악 할 수 있다. 위에서 약술한 지식이전을 배태성으로 설명하는 접근방법은 현재까지 중국 내 다국적 기업의 본사와 자회사의 지식이전관계에 관한 연구에서 1차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연구결과에서 배태성은 지식이전의 중요 설명변수임이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배태성은 기본적으로 불평등적 사회적관계가 전제되지 않은 수평적인 관계를 전제하고 있어 경제사회관계가 가지고 있는 위계적 (Hierarchical) 측면은 포함하지 않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위계적 질서가 강하고 사회주의적 관료체제적 특성이 뚜렷한 중국 사회내의 지식이전을 설명할 때 그 한계점은 더욱 뚜렷해 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외, 기존 연구들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총체적으로 정의함으로써 각 기업활동과 관련된 개별지식들이 관계변수와 서로 다르게 반응할 가능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연구들은 기업의 지식을 생산, 일반관리, 서비스, 마케팅, 연구개발등 각 분야의 지식을 총체적으로 합한 총량적 지식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어 기업활동의 각 분야의 지식흐름은 개별 특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본고는 이러한 기존 연구의 한계점에 주목, 기존연구가 분석적 토대로 삼았던 관계적 배태성(Relational Embeddedness)과 함께 위계적 관계를 설명하는 권력-의존성(Power-Dependence) 관계변수 및 자회사의 흡수능력(Absorptive Capacity)으로 중국내 다국적기업 본사(headquarters)에서 자회사(subsidiary)로 이전되는 지식유입의 양(Quantity)를 설명하고 그 전략적 의미를 해석해보려 하였다. 또한 본고는 생산, 일반관리, 서비스, 마케팅, 연구개발등 개별적 기업활동과 관련된 지식유입을 모두 분석하여 비교하기보다 전지구적 가치사슬내에서 중요한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중요성을 반영, 제조활동과 관련된 지식(제조지식)에 한정하여 논의를 진행하기로 한다.

본 연구는 앞서 제기한 기존 연구의 특성과 그 한계점을 상술한 뒤 이에 근거하여 가설을 설정하고, 중국 내 87개 자회사의 148개의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배태적 관계변수, 권력-의존성 변수, 흡수능력등이 본사에서 자회사로의 제조회사 이전에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제조지식 대부분이 공정화 되어있는 지식이므로 유입되는 지식자체가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strategic importance)은 다소 약하고 본사는 제품자체의 중국생산이 결정된 이후에는 제조지식에 관해서는 보호적인 태도(protective attitude)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본사는 자회사로 주변적이고 공정화된 생산지식을 적극적으로 이전함으로써 자회사의 생산활동이 본사를 중심으로 적응(adaptation)하게 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이 전지구적 가치 사슬에서 중요한 제조기지로 부상함에 따라 다국적기업의 제조활동과 관련된 지식은 활발히 공유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87개 다국적기업 148개의 설문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실증적 분석을 통하여 1)관계적 배태성이 지식이전과정에서 여전히 중요한 관계변수이지만 2) 권력(영향력) 역시 본사에서 자회사로 이동하는 제조지식이전 과정을 설명하는 유효한 관계변수임을 발견하였고 이를 토대로 다국적 기업의 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제조지식은 전략적 중요성(Strategic Importance)을 띠고 있다기보다 주변적(Peripheral), 표준화(Standardized)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국이 가치사슬내 저부가가치 제조활동에 관한한 지식축적은 상당부분 실현되면서 제조영역에서의 본사의 지식제공에 대한 의존도는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조 지식의 일출효과(Spill-over)로 인해 중국업계 전반에서 하이엔드(High-End)제품군은 힘들더라도 로우엔드(Low-End) 제품군의 생산능력은 빠르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 할 수 있다.

반면, 기타 고부가치활동의 지식이전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들어 제조활동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이나 서비스및 마케팅 분야에서의 지식이전은 본사차원에서 다르게 관리되고, 해당지식의 중국내 일출효과(spillover-effect)도 제조지식의 그것과는 다를 것으로 예상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이 제조기지에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중국적 특성에 기반한 효율적인 마케팅과 서비스제공이 자회사의 향후 영업성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정부도 이러한 고부가가치 지식이전에 주목하고 다국적기업의 R/D및 부가서비스관련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 역시 지적재산권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마케팅 및 서비스와 관련된 일부 지식부터 적극적으로 이전하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본사에서 중국 자회사로의 기타 서비스, 연구개발, 마케팅 분야의 지식이전의 특성과 그 함의를 실증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유의미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