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HK 초청포럼: 한중 종교문화 비교

 

<한국의 종교는 중국의 유불선이 아니다!>

 

                                                         발표자: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한국과 중국은 얼핏 보기에 종교적으로 닮은 점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아마도 한국이 전적으로 중국으로부터 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중국인과 같은 종교를 신봉하고 살았던 것처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무리는 아닌 게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종교를 꼽으라면 불교와 유교를 들 수 있을 터인데 이 두 종교 모두 중국으로부터 수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사실 그 연원이 오래 되었다.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국인의 종교를 중국인의 그것과 같게 생각한 비교적 시초의 예는 최치원이 아닐까 한다. 최치원은 “난랑비서(鸞郞碑序)”에서 우리나라에는 풍류도가 있었는데 여기에는 유교와 도가(노자)와 불교가 포함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이야기는 한국에는 풍류도와 같은 고유 종교가 있지만 실제로는 유불선(혹은 유불도)을 종교로 신봉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과연 한국의 종교가 ‘유불도’였을까? 그리고 중요성으로 따져볼 때 이 종교들의 순서가 과연 유교, 불교, 도교의 순서로 될 수 있을까. 이 점은 앞으로 본론에서 상세하게 밝혀질 테지만 ‘유불도’는 결코 한국 종교의 공식이 될 수 없다. 대신 이 공식은 중국 종교를 설명하는 공식으로 보아야 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이 공식이 조금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우선 이 삼교 가운데 가장 먼저 탈락되어야 할 것은 도교이다. 도교는 한 번도 한국에 제대로 수용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불이라는 순서도 중국에는 적용될 수 있지만 한국에는 범시대적으로 통용될 수는 없다. 가령 불교가 국교였던 신라나 고려 시대에는 위상으로 볼 때 불교가 유교 앞으로 오는 것이 당연하다. 중국처럼 유교가 불교 앞으로 오는 것은 한국에서는 조선 시대가 되어서야 가능해진다.

 

대륙으로부터 유교와 불교가 들어오기 전까지의 한국의 종교는 말할 것도 없이 고유의 종교였을 것이다. 이 종교에 대해서는 그 실체는 잘 알지 못하지만 여러 호칭이 있다. 신교(神敎)니 풍류도니 하는 게 그런 것인데 우리는 이것을 통칭해서 무교라고 하자. 이 상황은 불교가 고구려나 백제 등지에서 국교로 등장하면서 달라진다. 같은 상황은 통일 신라를 거쳐 고려까지 이어진다. 이때에 무교는 수입 종교의 저변에 깔려 드러나지는 않지만 여전히 기층부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아울러 유교는 불교처럼 사회를 리드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부차적인 종교로 정치윤리 면에서는 나름대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무교가 밑으로 들어간 것은 기층에 깔렸다는 의미에서인데 단지 민중들에게 가장 가까웠던 종교의 의미로 맨 앞에 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불유’라는 공식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 상황이 조선에 들어오면서 달라진다. 유교가 조선의 국시가 되면서 생기게 된 구조인데 여기서도 약간의 변수가 있을 것 같다. 상층의 종교 가운데 불교를 유교와 더불어 지배적인 종교로 보면 앞의 공식이 타당하겠지만 불교를 기층의 종교로 보면 뒤의 공식이 더 타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고려 때까지의 상황과 좀 다른 점이 있다. 고려조에는 부차 종교였던 유교가 기층으로 내려간 것은 아니고 불교와 더불어 상층에 머물렀기 때문에 비교적 불교와 대등한 관계를 유지했다. 반면 조선조 때는 불교와 유교의 순서가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불교는 유교와 가깝기는커녕 하층으로 떨어져 무교와 짝이 되었기 때문에 ‘유불/무’라는 공식보다는 ‘유/불무’라는 공식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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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내용은 첨부파일을 참조바랍니다.  

 

한중종교문화비교_20100826.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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