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지식(인): 인물, 개념, 서책(2)

조회 수 2046 추천 수 0 2020.02.14 22:41:25

2. 지인논세(知人論世)’와 ‘이의역지(以意逆志)’ : 맹자의 공부법과 작품감상법

 

 

    ‘지인논세이의역지는 모두 맹자·만장(孟子·萬章)에 나온다 

 

 

     “그 사람의 시를 읽고 그 사람의 책을 읽고도, 그 사람을 모른다면 말이 되겠는가? 이 때문에 그 시대를 논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옛사람과 벗하는 것이다.(頌其詩, 讀其書, 不知其人可乎? 是以論其世也, 是尙友也)”     


 

작가·작품을 해석·비평할 때에는 견강부회단장취의(斷章取義)’ 같은 주관적인 편견과 주장을 피하고, 먼저 객관적으로 저자의 시대적 환경과 개인적 특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를 말하는 사람은 글자로써 말을 해치지 말며 말로써 본래의 뜻을 해치지 말아야 한. 시인의 생각을 근거로 하여 시인의 의도에 맞게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바로 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說詩者不以文害辭, 不以辭害志, 以意逆志, 是爲得之)”

 

 

   이의역지의 작자의 뜻·생각’, ‘맞아들이다’, ‘작자의 의도·취지를 의미한다. “작자 뜻과 의도에 맞게 작품을 이해한다.”는 뜻으로, 일부 글자나 구절 등에 얽매이지 말고 전체 내용을 파악하여 저자의 본의를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후대에 시를 말하는 사람의 뜻혹은 시를 지은 사람의 뜻이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한대, 송대의 경학자들은 주로 전자의 입장을 취했다. 한대의 조기(趙岐)맹자주소(孟子注疏)에서 자신의 뜻으로써 시인의 뜻을 맞이[이해]한다.(以己之意逆詩人之志)”라고 했다. 후자는 주로 청대 훈고학자들이 주장했다. 청대의 오기(吳淇)육조선시정론연기(六朝選詩定論緣起)에서 옛사람의 생각으로 옛사람의 뜻을 유추하여 이해하는 것이, 바로 시를 가지고 시를 논하는 것이다.(以古人之意求古人之志, 乃就詩論詩)”라고 했다.

 

    후대에도 장학성(章學誠왕궈웨이(王國維루쉰(魯迅주쯔칭(朱自淸) 등 여러 학자들의 다양하고 지속적인 해석과 논의들이 있어왔다. 장학성은 문사통의·문덕(文史通義·文德)에서 고인의 시대적 상황을 모르면서 고인의 문사를 함부로 논해서는 안 된다. 시대적 상황은 알되 고인의 개인적 상황을 모르면 또한 그 문장을 섣불리 논해서는 안 된다.(不知古人之世, 不可妄論古人之文辭也. 知其世也, 不知古人之身處, 亦不可以遽論其文也)”라고 했고, 주쯔칭은 시언지변(詩言志辨)에서 자신의 생각으로 작자의 뜻을 미루어나가 이해한다.(以己意己志推作者之志)”라고 했다.

 

   ‘이의역지지인논세를 통합하여 설명하면, 해석자는 자신의 주장 이전에 먼저 작가의 본뜻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 시대와 작가·작품의 상관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의도에 따른 단장취의나 자의적인 해석이 아닌 저자의 시대적, 개인적 환경의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개념은 상호 유기적 관계에서 논의되어져야 한다.


   『맹자는 문학비평서적이 아니다. ‘지인논세’, ‘이의역지역시 순전히 작가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제시한 용어가 아니다. 고인의 말과 나아가 역사적, 시대적 인물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다. 하지만 고대문학비평의 관점과 방법에 대한 논의가 다뤄지지 않았던 선진시기에 작가·작품의 감상·비평용어의 단초를 마련한 점은 문학적 가치를 보여준다.

 

 

참고자료: 王運熙·顧易生 주편, 중국문학비평사, 상해고적출판사, 1981(초판)

                趙則誠·張連弟·畢萬忱 주편, 중국고대문학이론사전, 길림문사출판사, 1985(초판)

              孟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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