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고비금(尊古卑今)’ 관념의 흐름과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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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中國知網(CNKI)

 


   위의 지도는 中國知網(CNKI)에서 존고(尊古)주제(主題)’로 검색한(검색일: 2023.03.13) 결과 총 118(학술지논문 88, 학위논문 21, 학술대회논문 3, 신문 3, 연감 3)의 논문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이 글은 중국 고대 문인들의 사상과 문예 전통에서 이어오던 존고비금(尊古卑今)’ 관념에 대한 흐름과 특징을 약술한 것이다. CNKI에서 尊古卑今으로 검색된 논문이 없어서 존고(尊古)를 주제로 검색한 후, 본 취지에 부합하는 내용을 솎아내어 서술한 것이다. 위 지형도는 존고(尊古)에 대한 연구논문이 실린 학술지(대학 포함)의 지역분포를 시각화 한 것이다. 지역분포의 특징을 보면, 북경(33), 길림(11), 호북·요령·강소(7), 하남(5), 호남·강서(4), 복건·섬서·광서(3), 상해·절강·사천·산서·하얼빈·귀주·하북(2), 중경·운남·감숙·내몽고·천진·안휘·산동·흑룡강·서장·광동·청해(1) 순이다.

 

   위의 검색된 논문들을 토대로 존고비금관한 내용과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존고비금은 중국 고대 문예 영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이어오던 상고(尙古)’, ‘복고(復古)’ 관념이다. 귀고천금(貴古賤今존고천금(尊古賤今후고박금(厚古薄今귀원천근(貴遠賤近) 이라고도 표현한다. 모두 전통 지식인들의 사고 관념과 문예 비평의 기준이 되는 상고(尙古)’ 현상이자, 이를 비판하는 문예 비평 용어이기도 하다. ‘존고비금은 대체로 선진(先秦)시기 술이부작(述而不作)’에서부터 명대 복고(復古)’까지 이어지는 뿌리 깊은 중국 전통 문예 관념이라 할 수 있다.


   ‘존고비금이란 용어는 먼저 선진시기의 장자·외물(莊子·外物)에 보인다. “대저 옛것을 높이고 지금의 것을 비하하는 것(‘尊古而卑今’)은 학자들의 유폐(流弊)이다.” 지나간 고대를 숭상하는 학자들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하면서 현재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강조한 것이다. 선진시기 제자(諸子) 사상가들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이었다. 극심한 시대의 변화 앞에서 현실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언제나 유가의 성현과 사상을 준거로 하였고, 현실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을 정면적이고 통찰력 있게 바라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 후 서한(西漢)의 유안(劉安)회남자·수무훈(淮南子·修務訓)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속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옛것을 존중하고 지금의 것을 천하게 여긴다.(‘尊古而賤今’) 그리하여 도를 행하는 자는 반드시 신농씨(神農氏)나 황제(黃帝)에 의탁하여, 결국 사람들에게 그 설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 새로운 성인(고대의 성인에 필적하는 當代의 성인)의 책을 가져다가 공자·묵자의 책이라고 말한다면, 그 제자들은 그것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배우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미인이 반드시 서시(西施) 같은 유형만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의 도리에 통달한 사람들이 반드시 공자·묵자 같은 유형의 선비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 초기 사회는 복고적 분위기가 성행하여 당시 문인, 통사(通士)들은 말만 했다 하면 공(()을 내세우고 신농·황제 등 성인의 말에 의탁하여, 자신의 의견이 반드시 그 ()’의 표준에 부합하도록 했고, 그렇지 않으면 지극한 이치라고 여기지 않았다. 또한 한나라 때 문인들이 사로(仕路)를 열어가는 방식 중의 하나는 ()’를 지어 올리거나 ()’에 통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관직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후자가 더 중요했다. 따라서 한나라 때의 경학은 국가 경영의 지식이자 학문 범주가 되었고, ()에 통달한다는 것은 과거의 학문에 대해 정통한다는 의미였다. 이런 까닭에 당시 사인들은 더욱더 종경(宗經)’존고천금의 태도를 가졌던 것이다.

   나아가 세속에서는 존고천금의 전통적 심리 영향으로 인해 ()’를 표준으로 하여 문장의 고하를 논하게 되었다. 회남자·수무훈은 이러한 잘못된 문예창작과 문예 비평 표준을 지적하였고, 그 후 양한(兩漢) 교체기의 환담(桓譚)신론·민우(新論·閔友)에서 그 관점을 계승하여 당시 한유(漢儒)들의 존고비금의 복고적 문풍에 대해 강렬하게 비판했다. “세상에서 다들 옛것을 존숭하고 지금의 것을 하찮게 여기는 것(‘尊古卑今’)은 사람들이 (과거에) 들은 것은 귀히 여기면서, (현재) 보고 있는 것은 하찮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의 것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유안을 이어 환담으로 이어오던 존고천금에 대한 비판적 관점은 동한(東漢)의 왕충(王充)으로 계승되었다. 왕충은 논형·제세(論衡·齊世)에서 존고천금치세(治世)’의 시각에서 논하였다. “이전의 세상을 다스린 자도 성인이고 다음 세상을 다스릴 자도 성인이다. 성인의 덕()은 전후(前後)가 다르지 않으니, 그렇다면 잘 다스려진 세상은 예나 지금이 다름이 없는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기준은 과거 성인만을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 현재 사회 현실을 중요하게 돌아보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진남북조 시대는 일반적으로 문학의 자각 시대라고 불린다. 문예이론과 문학 이론이 발달한 시기이다. 당시 문예 관념과 미학 범주가 심도 있게 논의되면서 존고박금에 대한 관점이 치세(治世)’ 관점에서 문학관점으로 변하였고, 그에 따른 시각과 비판도 많았다. 조비(曹丕)전론·논문(典論·論文)에서 보통 사람들은 멀리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가까이 있는 것을 천시하며(‘貴遠賤近’), 명성을 향하고 그 실질을 돌아보지 않는다.”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감상자와 평론가는 고인을 중시하고 지금 사람들을 하찮게 여기므로 명성을 좇는 방향으로 치닫게 되었고, 그로 인해 실제를 중시하지 않다 보니 문학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유협(劉勰)은 중국 고대 문학 비평의 대표 저작 문심조룡·지음(文心雕龍·知音)에서 예로부터 비평가들은 대부분 동시대인을 가볍게 보고 옛사람을 사모했다.(‘賤同而思古’)”라고 말했다. ‘지음(知音)’이란 문학 감상자와 평론가를 말하며, 이들조차 동시대의 작품이나 관점을 경시하고 이전의 것을 추앙했다는 지적이다. 조비는 이러한 고질적인 현상이 존재하는 요인은 문인들 간에 문인상경(文人相輕: ‘문인들은 서로 경시한다.’ 자신의 문장을 과시하면서 서로의 글을 과소평가하는 풍조)”의 심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예를 들어, 반고(班固)와 부의(傅毅)의 관계가 그러하다. 반고와 부의는 문장을 짓는 실력이 서로 비슷했지만, 반고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늘 부의를 얕보면서 비하했다.

 

   이러한 현상은 당나라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였다. 백거이(白居易)여원구서(與元九書)에서 귀로 들은 것(‘’)은 중시하고 눈으로 본 것(‘’)은 천시하며, 옛것을 영화롭게 여기고 지금 것을 비루하게 여기는 것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상황이다.”라고 했다. 이후 명대 중기에 이르러 급기야 문학의 복고운동을 제창한 복고파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들은 문장은 반드시 진한(秦漢)의 글을 모방하고, 시는 반드시 성당(盛唐)을 모방해야 한다.”는 문학의 복고를 주장했다.

 

   이러한 귀고천금현상은 중국 문학 관념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선진에서 양한 시기의 장자·회남자·신론·논형존고비금’, ‘존고천금은 당시 정치영역에서 제자학파와 학술계 전반에 퍼져있는 병폐를 지적한 것이다. 위진남북조 시기에 이르러서도 조비와 유협 등은 귀원천근’, ‘천동사고(賤同思古)’, ‘문인상경의 병폐를 주장하였고, 이때부터 점차 문예 비평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중국 고대 문예 비평 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후 명대에 이르러 심지어 문학 유파를 형성하면서 문학의 복고운동으로 노골화되었다.

 

   이처럼 귀원천근관념이 형성되었던 배경과 영향은 무엇인가. 봉건 왕조시대의 언론 자유와 언론 전파는 제한적이었다. 정치[언론]와 지식인의 관계에서 볼 때, 지식인들은 정치적 수요와 통치 질서에 복종하기 위해 자신의 지식의 밑천을 활용하여 통치의 합법성을 확립시키는 데 도움이 되어야 했다. 고대 지식인들의 신분이 문인과 관료라는 이중의 역할을 하는 신분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봉건시대의 왕조는 정권의 합법성을 확립하기 위해 자신의 권력이 하늘로부터 명(‘天命’)을 받았고, 자신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부임 받은 자라고 강조한다. 문인 관료들은 그들의 신비적인위상을 인정하고 왕조의 합법성과 국가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자신들의 지식을 동원해야 했다. 이를 통해 왕권의 안정을 꾀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이상과 사상을 실현해 나가는 정치적, 문학적 기반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는 평등한 구조가 아니다. 간언(諫言)으로 인한 역린(逆鱗)의 폐해, 문자옥(文字獄)으로 인한 해독은 모두 말과 글을 전달하는 언로의 통제 속에서 야기된 불행이었다. 물론 언로의 통제는 문인들의 마음속에 불만을 양산했을 것이지만, 정권의 도전이 되는 외줄 타기의 위험을 피하는 한편, 통치 질서를 유지시킬 수 있는 적합한 대안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리하여 지식인들은 과거 성인들의 흥망성쇠의 사례를 임금에게 본보기와 귀감의 준거로 제시함으로써 성군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근거로 활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상고(尙古)’ 정신은 지식인들에게 뿌리 깊은 일종의 집체의식이 되어 갔다.

 

   ‘상고는 중국 전통문화의 비조(鼻祖)인 공자가 말한 선인의 행적과 말씀을 그대로 서술할 뿐 자신의 생각을 더하여 창작하지 않는다.”술이부작(述而不作)’옛것을 믿고 좋아한다.”신이호고(信而好古)’의 정신이 뿌리를 제공한 것이다. 공자가 시·(·)를 편찬하고, ·(·)을 정하고, 주역(周易)을 부연 설명하고, 춘추(春秋)를 편수한 것은 모두 선왕(先王)의 옛것을 전()하고 일찍이 지은 것()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고정신의 키워드인 ()’은 허용되고 ()’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관념은 지식인들에게 독창적인 사상과 언론 자유를 속박하였고 깊은 종경(宗經)’ 의식을 갖게 했다.


   ‘존고천금의 흐름은 선진시기부터 명대에 이르기까지 술이부작, 신이호고->존고천금->문인상경->복고등의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추숭과 비판을 거듭하였다. 정치영역에서 학술영역, 문학(문예)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뿌리 깊은 상고’, ‘복고정신이 지속되어 왔다.

 


[참고문헌]

趙則誠·張連弟·筆萬忱 主編, 中國古代文學理論辭典, 吉林文史出版社, 1985.

安曉東, 貴古賤今, 西安建筑科技大學學報, 2012-12-25

陳恩維, 中國復古文學思想的歷史與邏輯起點, 東方叢刊, 2003-12-01

孫寶妹, 論王充反復古倡獨創的文學觀, 漳州師院學報, 199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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