賦詩言志

 

 

201609지도.jpg

 

 

 

 

자료출처: 中國知網(CNKI)

 

 

   위 지도는 中國知網(CNKI)에서 부시언지(賦詩言志)’를 전체문헌 속에서 주제로 검색 (2016.08.19)한 결과 총345편을 토대로 하여, 그에 대한 연구 상황 및 개념을 정리한 것이다.

 

   20097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버락 오바마는 산 속의 작은 오솔길도 자꾸 걸으면 큰길이 되지만, 잠시라도 다니지 않으면 금방 잡초로 막혀버린다.(山徑之蹊間, 介然用之而成路, 爲間不用, 則茅塞之矣)”(맹자·진심(盡心) )라는 고전 문구를 인용했다. 원래 맹자가 제자 고자(高子)에게 의리(義理)를 탐구하는 마음을 잠시라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꾸짖으며 한 말이다. 그런데 2009년 오바마는 양국의 지속적이고도 긴밀한 교류를 만들어가자는 외교적 의미로 차용했다.

   그 후, 20147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시진핑은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은 남에게 시켜서는 안 된다.(己所不欲, 勿施於人)”(논어·위령공(衛靈公))라는 고전 문구를 인용했다. 원래 공자가 제자 자공(子貢)이 평생 동안 실천할 수 있는 한마디의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라고 대답하면서 그 의미를 이렇게 말한 것이다. 그런데 2014년 시진핑은 상대국의 선택과 방식을 존중해야하며 자신의 방식이나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외교적 의미로 사용했다.

 

   현재 외교활동에서 고전명구를 활용하는 것은 춘추시대 시를 읊어 마음의 뜻을 전하는부시언지(賦詩言志)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부시언지는 중국 고대 지식인으로부터 현대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의사전달방식이자 외교방식이며 입장표명 방식이다. 부시언지는 시를 읊는 자의 의도이며 시의 원의는 아니다. 시 일부의 뜻만을 취해 본인의 의도를 가탁하여 전달하는 단장취의의 형태이다. 전달방식은 구체적인 직설화법이 아니라 은유적이고 함축적이며 추론적이다.

 

  춘추시대의 제후, 경대부들은 외교·정치 활동은 물론 연회, 조회 및 예를 표할 때에도 시를 읊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였다. 한서·예문지옛날 제후와 경대부가 이웃 나라들과 만날 때 함축적이고 은미한 말로 서로 생각을 주고받았다. 읍양의 예를 올릴 때에도 반드시 시를 가지고 뜻을 비유하여 상대가 현명한지 아닌지를 구별하고 세상의 성쇠를 살폈다.(古者諸侯卿大夫交接鄰國, 以微言相感, 當揖讓之時, 必稱詩以諭其志, 蓋以別賢不肖而觀盛衰焉)라고 기록하고 있다. 좌전·문공 13에 보이는 부시언지의 예를 보자.

 

   노()나라 문공(文公)이()나라에서 오래 머물다가 노나라로 돌아오던 중 비()에서 정백(鄭伯)을 만난다. 당시 정나라는 진나라의 위협으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정백은 마침 오랫동안 진나라에서 머물다 본국으로 돌아오는 노나라 문공에게 진나라로 다시 돌아가서 진나라와 화평할 수 있도록 중재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이들 양국 간의 외교활동은 다음과 같은 부시언지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정나라 대부 자가(子家)소아·홍안(小雅·鴻雁)편[큰 나라인 노나라가 작은 나라인 정나라를 도와, 진나라와의 화평을 중재해달라는 뜻]의 떠도는 백성들이 길을 떠나 들에서 고생이 심하도다. 은혜가 불쌍한 이에게 미치니 홀아비 과부들이 가엽도다.(之子與征, 劬勞於野. 爰及矜人, 哀此鰥寡)”라는 시를 읊어, 정나라는 약소국이니 큰 나라의 노 문공께서 진나라와 화평할 수 있도록 중재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노나라 대부 계문자(季文子)소아·사월(小雅·四月)편[오랫동안 나라를 떠나 있었으므로 곧 돌아가야한다는 뜻]의 사월에 여름이 시작되더니 유월에 더위가 물러가는구나. 선조는 사람도 아니런가 어찌 나를 이토록 괴롭게 하는고.(四月維夏, 六月徂暑, 先祖匪人, 胡寧忍予)”라는 시를 읊으면서,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 떠나있어서 얼른 돌아가 조상의 제사를 지내야 한다면서 진나라로 돌아갈 수 없다고 거절을 한다. 그러자 정나라 대부 자가는 다시 용풍·재치(鄘風·載馳)편[큰 나라에게 작은 나라를 위기를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뜻]의 나를 잘 한다고 하는 이 없지만, 내 뜻은 돌이킬 수 없도다.(既不我嘉, 不能旋反)”라는 시를 읊으면서, 작은 나라[정나라]가 위급하면 큰 나라[노나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니 거절하지 말아달라고 재차 완강하게 부탁한다. 상황이 이처럼 절박하자 결국 노나라 대부 계문자는 소아·채미(小雅·采薇)편[진나라로 다시가서 중재역할을 하겠다는 뜻]의 어찌 감히 머뭇거리겠는가, 한 달에 세 번도 이기겠네.(豈敢定居, 一月三捷)”라는 시를 인용하여, 진나라로 가서 두 나라가 화평할 수 있도록 중재역할을 하겠노라고 대답한다.

 

   이 내용은 정백이 나라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노나라 문공과 시를 읊어가면서 이루어낸 성공적인 외교활동 사례 중의 하나이다. ‘부시언지가 정치, 외교활동의 성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은 서두에서 밝힌 검색조건을 통해 드러난 부시언지에 대한 연구 동향을 간략히 정리한다.

   첫째, 발표 기간지의 지역별 상황을 보면(단위:), 북경이 40개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사천·산동(18)을 이어 흑룡강·섬서·호북(11), 감숙(11), 강소·하남(9), 강서·호남(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발표 논문수의 지역별 상황은 기간지의 지역별 상황과 거의 유사했다.(단위:) 북경이 54편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산동(27)·사천(22)·섬서(19)·흑룡강(18)·감숙(15) 등으로 나타났다. 둘째, 발표 기간물의 상황을 보면, 詩經研究叢刊에 가장 많이 발표하였다. 다음으로 대학의 학술지 韓山師範學院學報·섬서사범대학학보·산동사범대학학보·하북사범대학학보를 이어 문학전문학술지 求索·文史知識·중국시가연구·중국문학연구등이 많았다. 詩經研究叢刊을 제외하고 특정 학술지에 집중적으로 실린 게 아니라 다양하게 고루 실렸다. 그 중 대학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인 학보가 반 이상을 차지한 점은 대학 내의 기간물이 지식생산의 주요 경로로 작용함을 알 수 있었다. 셋째, 연구 시기는 주로 200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 간 비교적 두드러진 증가추세를 보였다. 넷째, 관련 관건사를 보면, 좌전·춘추·시경·시언지(詩言志)와 춘추시대·선진·양한 등이 두드러지게 많은 점은 부시언지의 원래 문학적 의미에 대해 집중 연구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외교·기능·정치속성·담론권력이 많은 점은 부시언지의 정치 외교적 기능과 역할에 중심을 둔 연구가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시사(詩社), 비흥(比興)식 사유 등의 관건사는 부시언지와 지식인 창작집단 및 창작방식을 연결한 연구가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부시언지의 시는 대부분 시경의 시를 논거로 삼았다. 좌전에는 시경의 시를 약123편 인용하였으며, 전체 인용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한다.(朱自淸, 詩言志辯·比興) 시경의 내용이 단순한 문학적 시 작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 기능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자는 시 삼백을 외우고도 정사를 맡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사방으로 사신 가서 혼자서 대응하지 못한다면, 비록 많이 외운들 어디에 쓰겠는가?(誦詩三百, 授之以政, 不達; 使於四方, 不能專對, 雖多, 亦奚以爲?)”(논어·子路) “시를 배우지 않으면 남과 더불어 말을 할 수 없다.(不學詩, 無以言)”(논어·季氏)라고 말하면서, 시경의 사회적·정치적·외교적 기능을 거듭 강조하였다.

 

   이처럼 시경을 암송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사대부들의 기본적인 문화소양이었고, ‘부시언지는 당시 문화 권력을 주도하는 지식층들의 외교활동 문화였다. 좌전에 나오는 부시자는 주로 제후·왕후·상경·대부 등이다. 당시 시를 자유롭게 구사한다는 것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하나의 증표로 작용하였다.(董治安, 先秦文獻與先秦文化)

 

   중국은 물론 중국과 외교활동을 벌이는 국가에서도 간간이 중국 고전명구를 인용하여 자신들의 의중을 전달하는 부시언지의 외교방식을 취한다. 비록 원의와는 거리가 있는 화자의 의도에 따른 단장취의의 방식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고전명구의 인용에 그치지 않는 그 이상의 외교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은유적이고 함축적이며 추론적인 전달방식이다 보니 쌍방 간에 격화소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다.

 

 

참고자료: 趙則誠·張連弟·畢萬忱 주편, 중국고대문학이론사전, 길림문사출판사, 1985

 

 

* 본 보고서의 내용은 중국인문사회연구소의 지식생산이며 인용 시 자료원을 명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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