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간보(簡報)는 당정기관이나 사회단체, 기업단위나 사업단위 내부에서 발행하는 내부 정보교류나 상황보고를 위한 내부용 자료나 간행물을 말한다. 간보는 기관이나 단위 내부 업무 수행을 위한 정보 유통과 확산, 융합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특정 이슈에 대한 정책기관 내부의 의견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수렴되고 결정되는지 알아보려면 정책 담지자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 즉 특정 이슈를 둘러싸고 정책기관 내부에서 의사결정 혹은 의제 설정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간보이다. 간보는 내부 정책결정과정에서 성원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거나 성원 개인이 의견을 개진하는 기반이 되는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중국의 정책지식의 생성과 흐름을 이해하고 정책지식이 내부에서 어떻게 확산되고 교류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인 간보를 면밀히 분석하면 특정 이슈에 대한 내부 논의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암상자(black box)로 불리는 중국의 정책결정과정과 정책지식의 확산 경로 이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2012년 3월 5일부터 3월 14일까지 제11기 전인대 5차회의가 북경에게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지역별, 부문별 대표단의 내부 논의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298개의 간보가 공개 발행, 배포되었다. 298개 간보는 A4 약 900페이지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그 양이 매우 방대하다. 제11기 전인대 5차 회의에 참석한 지역과 부문 단위는 전국 성급 행정단위 31개,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 2개, 대만 1개, 인민해방군 1개 등 총 35개 단위이다.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들 지역, 부문 단위는 대체로 7개 내지 8개의 대표단 간보를 발행하여 전인대 기간 논의되었던 이슈에 대한 해당 지역이나 부문의 전인대 대표들의 의견이 가감없이 등재되어 있다. 정부공작보고, 검찰개혁이나 삼농문제, 지역 현안 등 여러 이슈에 대한 전인대 대표들의 의견이 실명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러므로 특정 이슈에 대해서 전인대 대표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고, 그 의견이 지역과 부문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간보는 정책 이슈에 대한 내부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기관 내부의 역동적 지식전파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귀중한 1차자료이다. 간보는 대부분 내부 성원을 위한 회람용으로 만들어져 대외비로 처리된다. 따라서 대외 공개를 꺼리거나 심지어 내부에서 일정기간 회람 후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번 11기 전인대 5차 회의 간보는 중국 전인대 웹사이트(http://www.npc.gov.cn/delegateCenter/proscenium/2012/2012-02/28/content_1693031.htm)에 게재되어 2012년 5월 25일 현재 삭제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이 간보를 면밀히 분석하면 특정 이슈, 예를 들어 민주주의, 정치개혁, 인권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전인대 대표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지역간 부문간 의미있는 차이를 드러내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11기 전인대 5차회의 간보는 중국의 정책지식 내부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귀중한 1차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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