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표준화 전략과 당면과제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중국의 산업기술 표준 체제는 계획경제체제의 유산을 답습하는데 지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중국경제가 세계 경제에 빠르게 편입되면서 중국 정부가 산업표준을 대하는 의미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중국정부는 표준 제도를 정비해서 중국 자체적인 혁신을 추동하는 도구로 사용할 것을 지속적으로 천명하고 있는데 실제로 매우 단기간 내에 광범위한 분야에서 국내적으로 표준을 제정, 발전시키고 집행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국제 표준 제정 조직에도 적극적으로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이 WTO에 가입한 후 가속화되었는데 중국기업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부딪힌 장벽이 국제 표준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2002년부터 먼저 科学技术部 주도로 기술표준 체제 발전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고 이는 2006년 国家标准化管理委员会가 주도한 11차 5개년 계획 내의 표준화체제 발전계획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표준제도는 중국 기업들의 과당경쟁을 지양해서 자원소모를 막고 기술을 승급시키며 중국내 시장에 대한 보호장벽으로 기능하기도 하는 등 산업발전과 자체적인 기술혁신에 긍정적 영향이 있다. 또한 중국정부에게는 독자적인 정보통신 표준제도를 구축해서 국가안보, 사회안정과 관련된 문제들을 관리하기 쉬운 점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표준 제도는 아직 해결해야할 큰 과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통일되지 못해 분열되어 있는 표준 관리체제이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중국의 산업기술표준 정부기관은 크게 두 라인으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国家质量监督检验检疫总局 산하의 国家标准化管理委员会를 주축으로 한 기관라인이고 다른 하나는 工业和信息化部 주도의 표준관리 기관이다. 工业和信息化部는 정보통신산업 기술의 표준제정과 승인을 담당한다. 각 지방정부 단위 산하에 표준관리기구들이 존재하고 이러한 기관들 간에 많은 알력이 있어 일원화된 표준관리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기관들이 제정한 표준은 국가급 강제 표준이 3,000-4,000개, 자율표준이 25,000개 가량으로, 또한 각 산업별 표준이 40,000-100,000개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성급정부에서 제정된 표준들도 20,000 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중국내 전문가들도 그 수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표준은 정부기관들이 시장에 각자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 일쑤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중국 정부는 정부기관 주도가 아닌 시장주체인 기업과 산업협회들이 적극적으로 표준제정에 참여해서 자율적인 방향으로 시장질서가 확립되고 혁신을 추동하는 방향으로 표준제도가 발전하기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독자적인 시민사회 발전을 경험한 적이 없는 중국에서 서구사회에서는 일반적인 이러한 민영기업주도의 자발적인 혁신추동형 표준확립은 아직 요원한 이야기이며 현실에서는 각급 정부기관과 가까운 국영기업들이 경쟁 신생기업들의 시장진입을 억제하거나 기존의 지대를 강화시키는 방향을 표준화 제도가 이용되는 예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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