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머리말

근대 상하이의 화려한 면모는 아편전쟁 이전의 초라한 상하이 縣城과 대조되면서기술되곤 하였다. 그러나 근대 이전의 상하이도 이미 상당히 발전한 도시였다. 1760년에 상하이는 청제국의 중요한 국내항이자 지역 교역의 중심 허브였다. 1687년에 상하이현에 江海關이 설치된 이후 200여 년 동안 상하이는 동남연해의 중요 항구이자 강남에서 가장 번영한 현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아편전쟁 이전 상하이를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는 식의 서술은 아편전쟁 이후 변모한 상하이의 면모를 대비시키는 과정에서 조계와 서양의 역할을 결정적인 것으로 부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근대 도시 상하이를 상징하는 서양식 마천루들은 도시공간을 서양식으로 변모시켰고, 그 ‘경관’은 근대도시 상하이의 건설에 미친 서양의 절대적 영향을 연상시키기 마련이다. 물론 상하이의 근대화에서 서양의 영향력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반면 상하이가 상하이만의 동력으로 근대를 만들어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이것은 근대를 만들어내는 어떤 보편적 추동력을 찾아낸다기보다는 오히려 상하이를 특화시켜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근대도시 상하이의 공간 생성의 면모를 살펴보는 작업은 다양한 동력이 함께 작동하는 상하이의 근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현정-주거공간의상품화를통해보는근대도시의생성.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