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문학은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라면 거의 어디서나 발생하고 있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중국에서 인터넷 문학의 발전 양상은 대단히 독특하다. 한국에서 인터넷 문학이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잠깐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 준 이후로는 이렇다 할 영향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해, 중국의 인터넷 문학은 어마어마한 사용자 수와 성공적인 상업화를 통해 유례없는 대규모의 문화산업으로 성장하였다. 인기 작품의 조회수는 수천만 회에 달하며 작가들의 수입 역시 억대를 호가한다. 종이책으로 발간되어 수십만, 수백만 부의 판매고를 올릴 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비디오 게임 등의 다양한 매체에 소재를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인터넷 문학’ 혹은 '사이버 문학'이라고 지칭하는 문학적 현상을, 중국에서는 ‘망락문학网络文学’, 즉 ‘네트워크 문학’이라고 부른다. 그 정확한 정의가 무엇인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자마다, 용어의 사용자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이 문학적 현상이 ‘네트워크’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중국의 주류 인터넷 문학 활동은 그 자체로 네트워크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는 대형 문학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특히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셩다盛大라는 대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전체 문학 사이트의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이 글에서는 중국의 인터넷 문학 활동을 네트워크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볼 것이다. 다만 인터넷 문학이 형성하고 있는 독자적인 네트워크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것이 인접한 다른 네트워크와 형성하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것이 이 글의 주된 목적이 될 것이다. 이 상호작용의 과정은 너무나 방대하고 또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전체적인 면모를 개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여기서는 소위 말하는 '주류문학'과 인터넷 문학이라는 두 네트워크 사이의 상호작용, 그리고 이 상호작용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는 중국 '지식'의 변화 양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최재용-인터넷 문학의 대두를 통해 바라본 중국 지식 네트워크의 지형 변화.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