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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기존 중국의 지식·지식인 연구는 주로 학술적 실체, 지식과 권력의 관계에 보다 집중해 왔다. 이는 한 사회에서 지식·지식인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과 양상을 포착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지식은 시대에 따라 가변적이며 이를 추동하는 요인과 배경, 행위 주체와 조직 등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화의 영향과 중국의 경제발전은 중국의 지식·지식인에 대한 개념과 범주, 행위 공간 및 교류 영역의 범위가 급속하게 변화·확대되고 있다. 다양한 지적 집단과 새로운 지식 공간을 만들어냄으로써 탈지역의 지식 공유(共有)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중국의 지식 지형 형성의 동력이 되고, 대내외적으로 지식 질서와 지식 위계의 재편에 추동적 요소로 작용한다.

  본 연구 사업단은 이러한 배경에서 변화하는 지식·지식인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1단계의 주제를 “중국의 지식 지형: 흐름·구조·패턴”으로 정했다. 중국 지식생산의 동인, 지식구조로서의 메커니즘, 사례를 통한 다면적인 지식 창출 등의 특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중국의 지식 지형의 흐름·구조·패턴을 파악하여 각 영역에서의 중국의 지식지형도의 밑그림을 그려보고자 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앞서 1년차에서 중국의 지식형성의 동인(動因)과 변화”라는 주제로 각 학문 영역에서 지식·지식인의 범주와 개념, 지식형성의 동인과 변화, 지식 창출자로서의 지식인의 역할 변화, 지식형성의 요인과 면모 등을 파악하였다.

  본 총서는 이러한 토대 위에서 2년차에서는 “지식생산 구조의 메커니즘”이란 주제 하에 지식의 실체와 지식 체계의 구조를 규명하고자 했다. 지식의 생산·유통·확산의 메커니즘을 분석함으로써 각 학문 영역에서 지식지형도를 구축하기 위한 지식생산의 구조와 실체를 파악하고자 했다.

 

 본 총서 『중국 지식생산의 메커니즘』은 이러한 배경에서 총 12분이 연구한 10편의 글을 모은 것이다.

  박영순의 논문은 문인결사와 지역 문학 형성의 메커니즘에 대해 분석한 글이다. 문인결사는 집단적 교류를 통해 문학 활동, 문학유파 나아가 문학권력, 문학파벌 등을 형성하는 문학 지식생산의 조직체이다. 이 글은 지역 문인결사가 지역 문학유파의 형성을 추동하는 문학지식 생산(작가·작품 및 유파)의 매개적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착안하였다. 영남지역의 남원시사(南園詩社)를 대상으로 ‘행위자-조직-지식생산’의 틀에서 전승의 방식을 통해 형성된 지역 문학유파 형성의 메커니즘을 고찰했다. 이를 통해 문인결사와 문학공간 및 지역 문학유파 형성의 상관성과 매개적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취더쉬안(曲德煊)·이병민의 논문은 불교 지식 체계에 대한 민중의 문화적 승인이란 관점에서 중국 무협영화에서 나타난 승려 캐릭터의 역할과 미학적 기능을 분석한 글이다. 행동자 모델, 8개의 캐릭터 원형 및 관객의 심리적 메커니즘 등을 통해 승려 캐릭터와 미학적 특성에 대해 고찰했다. 조력자, 예지자, 붇다(Budda)의 대리 역할을 하는 캐릭터와 ‘스펙터클’의 시각적 효과와 ‘민족화’된 무예 미학적 기능에 대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불교가 중국화되고 대중화되면서 문화적 가치로서 수용·승인된 지식 체계라는 점과 승려 캐릭터에 대한 중국인들의 집단 무의식의 반영 및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밝혔다.

  최은진의 논문은 교육이 향촌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는 지식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노작부(盧作孚)의 사천(四川) 북배(北碚) 건설과 향촌 현대화의 지식 기제에 대해 분석한 글이다. 민국 시기 사회 전환기 속에서 지역건설을 위해 교육이 중시됨에 따라 지식인들이 어떻게 향촌 건설 운동을 진행했고, 향촌 교육신념이 어떻게 반영되었는가를 고찰했다. 사천지역은 서구의 신문화와 지식의 수용을 통해 문화적 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었으며, 북배 지역에서의 향촌 현대화와 향촌도시화는 교육활동과 실천을 통한 지식의 파급을 통해 진행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교육활동을 통한 지식 기제의 작동 속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분석했다.

  우성민의 논문은 중국 역사 교과서의 개편과 자국사 및 세계사의 ‘현대’ 서술이라는 주제로 중국 지식 생산구조의 역사 인식형성 속의 역사 교과서에 대해 분석한 글이다. 현재 중국은 ‘애국주의’가 중국 ‘역사’ 교육과 연구의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2017년 7월 이후 당의 교육·방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가교과서위원회를 설립하여 교과서를 통일적으로 구성·편집하여 전국적으로 통용하고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차세대들이 미래 중국의 지식 지형의 중심축을 이루게 되었을 때, 주변국에 대한 역사 인식과 동아시아에 대한 이해는 어떤 식으로 표출될까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중학교 자국사와 세계사의 현대 부분을 집중분석했다.

  김주아의 논문은 지식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교육 기제라고 간주하여, 말레이시아 화문 교육(華敎)의 메커니즘에 대해 분석한 글이다. 말레이시아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화문(華文)’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종족(Ethnic)교육’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다. 이 글은 말레이시아의 화인 사회의 전통이 유지되고 민족의 정체성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시스템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문헌 자료와 관련 기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 화인 사회의 화문 교육 정착 과정과 조직 및 교육 기제의 변화를 파악함으로써 해외 화인의 지식과 교육시스템의 변화를 규명했다.

  이광수의 논문은 중국의 대만 관련 싱크탱크에 대해 분석한 글이다. 중국의 대만 관련 싱크탱크는 당국가체제의 전략적 목표와 싱크탱크의 속성 및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국가형·지방형·대학형으로 분류되며, 통일전선전략의 접근법에 따라 독립억제형·통일촉진형·교육교류형으로 구분된다. 이 글은 대만 관련 싱크탱크의 특징을 설립 주체, 설립 목적, 소재 지역에 따라 구분하여, 싱크탱크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 분석하고, 중국형 싱크탱크의 역할에 대한 평가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싱크탱크에 소속된 중국 지식인은 대만과의 교류영역·교류통로·교류내용의 확대를 추구함으로써 대만정책결정과정과 양안관계발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규명했다.

  신영환의 논문은 안보 전략의 지식기반으로서 지정학적 요인을 통해 부상하는 중국의 해양전략에 대해 분석한 글이다. 주변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전략은 협력과 공세가 혼재한다. 이 글은 중국의 부상이 만들어내는 세력 확대의 양상에 주목하여, 대륙과 해양이라는 두 개의 지리적 공간에서 중국이 구사하는 전략적 차이를 규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국가의 지리적인 환경과 위치 및 공간적 배열 등 지정학적 조건이 정책 결정자의 인식과 국가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정학의 기본 가정에 근거하여, 오늘날 중국 안보 전략 형성의 지정학적 요인을 분석하고 육상과 해상에서의 나타나는 전략적 상이성을 추적하였다.

  서상민의 논문은 시진핑 시기 중국 외교 관련 지식생산과 담화 네트워크를 분석한 글이다. 중국 시진핑 정권하에서 제시된 국제 질서와 관련된 주요 외교담화를 중국의 강대국화 과정에서 중국공산당이 목표로 하는 국제 질서와 연관 지어 분석하였다. 시진핑 집권 초기 외교담화 분석은 시진핑 외교정책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이므로 시진핑의 초기연설문을 모아 둔 『談治國理政』(第1券)에 실린 외교 관련 15개의 연설문을 대상으로 하여 사용된 단어와 주제를 정량적 방법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시진핑 집권 초기의 외교목표, 대국 외교, 주변국 외교 등과 관련된 담화 속에서 시진핑 집권 초기의 중국 외교정책 특징을 규명했다.

  박철현의 논문은 1990년대 국내적인 체제 전환의 핵심 내용인 ‘국유기업 개혁’과 ‘단위체제 해체’가 초래한 노동자의 불만과 저항에 대한 국가의 이데올로기적 대응을 「사상정치공작 연구회(思想政治工作硏究會)」를 중심으로 분석한 글이다. 1990년대 「사상정치공작 연구회」의 활동에 관한 언론보도, 학술논문, 조사보고서 등의 문헌과 학술지 『사상정치공작연구』에 게재된 논문들을 주요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이를 통해 1990년대 실시된 국유기업 개혁과 단위체제 해체의 구체적인 조치들과 이에 부합하는 「사상정치공작 연구회」의 사상정치공작과 기업 층위에서 국가 이데올로기가 투사되는 내용에 대해 분석했다.

  박은미·서정해의 논문은 중국 기업의 혁신에 대한 결과물인 전유 메커니즘에 대해 분석한 글이다. 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이 가속화되면서 기업 환경에 많은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중국 기업은 과거의 단순 제조 공장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첨단기술 기반의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이 글은 중국 기업 혁신의 결과물인 전유 메커니즘을 대상으로 분석하면서, 델파이 조사를 통해 8개 요인(특허, 의장등록, 리드타임, 비밀유지 등)을 도출하였고, 기업의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실증분석도 병행했다. 이러한 연구는 기업 실무자들이 자사에게 맞는 전유 메커니즘을 통해 기업의 지식재산전략의 계획을 수립하는 데 실무적인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지식지형도를 구축하기 위한 지식생산의 구조와 지식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한두 개의 주제와 방법 및 시각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다양한 특징을 담고 있다. 명말청초부터 당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문학·사회·정치·외교안보·교육·기업·문화 등 다양한 학문 영역의 글들로 구성되었다. 문학 생산의 조직체, 불교 지식 체계, 교육 기제, 싱크탱크, 외교담화, 안보 전략, 기구와 매체, 기업과 향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지역의 범주도 중국에 국한하지 않고 대만, 말레이시아 및 중국 관련 주변국까지 확대하였다. 또한 이상의 연구를 위해 조직과 기제 분석·담화와 네트워크 분석·기관의 데이터분석·1차 문헌과 교과서 분석·기구와 학술지 분석·행위자와 실증분석등 다양한 방법과 분석이 시도되었다.

   

  이상의 연구를 통해서 일부나마 지식생산의 구조와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진화를 거듭하는 지식의 실체의 가변성도 포착하고자 했다. 이러한 연구는 중국의 지식 지형의 변화를 포착하고 중국 지식지형도를 그려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식생산의 구조와 지식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단지 지식의 흐름과 지적 구조의 메커니즘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역동적인 지식지형도를 그리기에는 부족하다. 향후 각 영역에서 범주화하고 정의한 지식(인)이 어떻게 중국 연구의 지식화로 재창출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고, 어떤 지식 생산의 패턴과 유형이 존재하는지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각 영역에서의 지식 지형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과 방법, 다면적 층위와 패턴 등이 시도되어야 하고, 학문 영역 간의 유기적인 연계도 더욱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해마다 뿌리는 학술적 씨가 향후 튼실한 열매로 맺어지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기획과 집필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12분의 집필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항상 좋은 책을 만들어 주시는 학고방 사장님과 편집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21년 5월

                                                         집필진을 대표하여 박영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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