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14-한중수교 30년, 한중교류의 도전과 과제 표지.png







                                                                   서문

 장기전에 돌입한 미중 전략경쟁,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격화된 미중 갈등, 긴장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등이 중첩된 상황에서 세계 질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은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돌이켜보면 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체제 차이와 한국 전쟁 때 적국이었던 한계를 극복하고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가장 큰 성과는 경제 협력이었다. 수교 당시와 비교해 양국 간 연간 교역액은 47배로 급성장 했고, 올 7월 말까지 대중 누적 흑자는 7,099억 달러(약 933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1993년 이후 계속 유지돼오던 대중 무역 흑자는 2013년을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고, 결국 올 4월에 적자로 돌아서더니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 교역의 구조는 급변하고 있다. 기존 대규모 흑자는 한국이 원·부자재와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고 중국은 이를 이용해 완제품을 조립하여 가공무역을 통해 선진국으로 수출했다. 이러한 분업구조를 기반으로 중국경제가 성장하면 한국경제도 성장했고, 중국의 수출이 잘되면 한국도 좋았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이 첨단산업 기술력까지 확보하면서 한국의 중국산 원·부자재와 중간재 수입이 오히려 증가함에 따라 양국 간 무역구조도 다른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양국 국민 사이에서 커지는 반한·반중감정은 상호 적대감으로까지 심화·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우의를 강화해오던 양국 관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국제정치 지형이 바뀜에 따라 한중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최근에는 한중 관계 발전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요인들이 부각하고 있으며, 그 근저에는 글로벌 패권 유지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미국' 요인과 중화 부흥의 꿈을 내세우며 도전하는 '중국' 요인이 존재한다. 세계를 무대로 벌어지는 미중 패권 경쟁이 최근 세계 질서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가치사슬의 핵심인 미국과 중국이 앞장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내 공급망 강화 기조로 태세를 전환하면서 WTO 중심의 다자주의 체제와 글로벌화의 기존 질서 체제가 약화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질서 체제의 변화와 그에 따른 한중 무역구조의 변화 추세는 구조적이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더라도 완전한 탈(脫)중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편 가르기 현상을 심화시키는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미중 모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정책적 고민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전략을 요구한다. 과거와 다른 명확한 원칙과 전략이 필요하다. 미중 사이에 선택을 강요받는 민감한 사안들에서 한국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는 한국의 미래 뿐 아니라 세계 질서에도 큰 변수가 된다. 세계 질서의 변화에 따른 민감한 사안들의 의미와 여파를 제대로 파악하여 미중 어느 쪽의 압박과 위협에도 쉽게 흔딜리지 않으며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글로벌 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중 양국 관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전례 없이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시원한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확산과 신(新)냉전 구도의 국제정세로 인해 국내에서도 반중 정서가 심화하고 있다. 한중 양국 정부와 국민은 우선 자기반성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 결국 신뢰는 허심탄회한 소통과 상호 이해 증진을 통해 축적되고 향상된다. 국내 정치의 편협한 이익과 결부한 선택은 당장 쉬워 보이고 편해 보일 수 있다. 선택하기 쉬운 길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비록 어렵고 힘든 길이더라도 바람직한 길을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러한 현명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결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소통과 함께 상호 이해, 존중, 배려, 인내가 필수적이다. 결국 한중 관계의 미래는 양국 간 상호 이해 증진과 신뢰 향상에 달려있다.

 변화는 주로 위기를 배경으로 등장한다. 하짐나 변화는 새로운 기회의 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중 관계가 지난 30년간 발전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3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련과 위기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통해 양국의 상호 협력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수교 30년을 맞이하여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는 미래의 바람직한 한중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중국 전문가 9명과 함께 한중 수교 30년, 한중 교류의 도전과 과제란 제목으로 연구총서를 출간한다. 중국에 대한 이해 증진을 통해 한중 상호 신뢰 향상에 공헌하는 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 책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중무역 30년의 변화와 시사점: 무역구조와 GVC 분석' 은 지난 30년 동안 한중 무역구조 변화와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현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양국의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재도적 기반 조성과 한국의 경제 안보 전략 수립을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했다. 

 '190년 이후 개혁기 중국 도시 사회관리의 변화'는 1990년 이후 중국의 단위(單位)를 대체하는 사구(社區)를 중심으로 도시 사회관리 체계의 변화를 분석했다. 특히 최근의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하여 국가가 기존 격자망화(格子網化) 관리와 스마트시티를 기초로 어떻게 '기술-방역 레짐'을 실현하고 있는지에 주목했다.

 '한중 문화콘텐츠 산업 교류 30년의 특징과 시사점'은 한중 문화콘텐츠 산업 교류 30년 동안의 특징 분석을 통해 국가적·

민족적 대신에 범인류적 내용의 콘텐츠 제작, 유통 경로의 다변화, 매체 영역의 확대 등 다양한 양국 문화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한중 문화갈등의 발생 양상과 특징'은 한중 문화 갈등 발생 원인과 양상, 특징 등의 분석을 통해 건강한 한중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제도적, 국제적, 교육적, 사회적, 외교적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청년의 민족주의, 팬덤과 혐오의 공진(共振)'은 한중 청년 사이의 갈등이 혐중·혐한으로까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의 원인 규명과 해법 모색을 위해 중국 청년들의 감정을 중심으로 민족주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양국 청년들이 꾸준히 상호 이해와 소통의 지평을 열어나가며 공격적인 민족주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21세기 일본의 문혁 연구동향'은 2026년 문화대혁명 발생 60주년을 향해가는 현재의 시점에서 그 실체적 인식을 돕기 위해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의 연구 동향을 소개하고 평가했다.
 '한중수교 30주년 시점에서 살펴 본 중국 중고등학교 역사교육의 현황과 시사점'은 한중 화합에 걸림돌인 역사문화의 갈등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 중고등학교 역사교육의 현황을 분석하고, 양국이 각각 상대방 국가 및 국민의 가치와 정체성을 이해하며 상호 우호·협력 관계를 증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시사점을 도출했다.
 '우리 속의 디아스포라, 한국 화교의 이주와 정착'은 한국 화교의 이주사 분석을 통해 자신이 태어난 한국, 공식적인 조국인 대만, 이주의 기원인 중국이란 복잡한 정체성을 가진 화교의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로서 정체성이 화교 특유의 교육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들의 한국 사회 정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했다.
 '한중수교 30년, 중국 학자들의 평가'는 중국 학자들의 한국에 대한 시각을 분석했다. 현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맹국 및 우호국과 협력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에 한국의 참여에 대한 우려와 한중 양국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관계 지속 및 강화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는 중국 학자들의 심리를 파악했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바람직한 한중 관계 발전을 대중국 정책 방향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변화하는 세계 질서와 그에 따른 국제정세의 격랑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한국이 준비하여 실행해 나가야 할 전략과 역할의 방향에 대한 더욱 넓은 공감대 형성에 공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2년 9월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윤경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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