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 동북지역 유배시사(詩社)와 유배지식인: 빙천시사(氷天詩社) 구성원 및 관련 인물

   청나라 초기 대표적인 유배 시사는 문자옥으로 인해 심양으로 유배된 시승(詩僧) 함가(函可: 1611-1660)가 설립한 ‘빙천시사(氷天詩社)’와 과장안으로 인해 영고탑으로 유배된 오조건(吳兆騫: 1631-1684)이 설립한 ‘칠자지회(七子之會)’이다. 이들은 문인결사, 유민결사 활동에 참여했던 문인들이며, 향후 동북지역 문화와 시사 설립 등의 토대가 되었다.

   빙천시사는 함가가 주동하여 동북의 요동 지역으로 유배 온 33명의 유배자들과 함께 결성한 동북지역 최초의 유배 시사이다. 빙천시사 구성원의 시는 『천산시집(千山詩集)』 제20권 『빙천시사』의 「사집시(社集詩)」(33명의 두 차례의 모임)에 총 66수가 실려있고, 33명의 구성원은 「동사명차(同社名次)」에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표1> 빙천시사 구성원 33인 관련 내용

   33인의 명단은 위의 <표1>과 같다. 구성원 가운데 승려(6명: 용광·대령·정수·함가·진군·효빈[후에 환속]), 도인(2명: 희여·초명), 고증이 가능한 문인은 8명(북리·자옹·광공·춘후·소완·아현·대완·이우-좌무태의 가족과 친인척)이며, 나머지는 고증할 수 없는 일반유배자(대부분 문인, 관료일 것임)들이다. 

   구성원의 대부분은 실명을 밝히지 않고 필명(가명)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들에 관한 구체적인 사적을 고증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필명의 내용을 보면 각자의 의도와 심정을 투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설저(雪蛆: 눈 위의 구더기), 올자(兀者: 한쪽 다리가 잘린 사람), 초명(焦冥: 작은 벌레, 하루살이), 사자(沙子: 모래), 청초(靑草: 푸른 풀) 등은 소극적인 반항과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자조적인 심정이 보여진다. 또한 불이(不貳: 두 조정을 거부하는 자), 대완(大頑: 완고한 자), 석인(石人: 묘 앞에 세워둔 돌상, 변치 않는 사람), 이우(二愚:　두 조정의 어리석은 자) 등은 고집스럽고 완고한 성정과 기질을 보여준다. 광봉(狂封: 미치광이), 빙귀(氷鬼: 얼음 귀신), 개잡(搕 : 쓰레기, 폐물), 자규(子規: 자규새) 등은 세상을 향해 반항, 분노 및 절규를 드러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삐딱하고도 자조적인 완민(頑民)의 기질이 느껴진다.

   이렇게 필명을 쓴 이유는 유민이자 유배자의 신분인 데다가 청초 문인결사 금지령이 있었고, 문자옥 등 지식인에 대한 통제정책이 심한 상황에서 아무래도 신분의 노출을 꺼렸기 때문일 것이다. 유민으로서 만족에 대한 불만과 항청의 입장에 놓이다가 유배자가 되었으니, 그들에게 있어 목숨과 삶은 생존과 직결된 현실적인 문제일 것이다.

   이 가운데 빙천시사의 대표적인 인물 2명과 빙천시사 관련 인물에 대해 주로 유배 관련한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1. 함가(函可: 1611-1660): 광동(廣東) 박나(博羅) 출신이며, 자 조심(祖心) 호 잉인(剩人)이며, 속명은 한종래(韓宗騋)이다. 명대의 남경예부상서(南京禮部尚書) 한일찬(韓日纘)의 장자이다. 함가는 명청 교체기에 명대 제신(諸臣)에 대해 서술한 사사(私史) 『재변기(再變紀)』로 인해 순치 5년(1648) 심양으로 유배되었다. 그 후 순치 7년(1650) 요동 지역의 유배자들로 구성된 빙천시사를 설립했다. 작품집으로 『천산시집(千山詩集)』이 전한다.

2. 좌무태(左懋泰: 1597-1656): 자 대래(大來), 필명, 북리(北里). 산동 래양(萊陽) 사람. 명 숭정에 진사가 되었고 이부원외랑(吏部員外郎)에 제수되었다. 민족 영웅 좌무제(左懋第)의 사촌동생이다. 래양의 읍신(邑紳) 송황(宋璜)은 좌무태가 한때 이자성의 명을 받아 산해관을 지키면서 반청을 도모했다고 고발했다. 이로 인해 좌무태를 포함하여 그의 가족 및 친척을 합하면 약 100여 명이 요동지역 철령(鐵嶺)으로 유배되었다. 『조동집(徂東集)』이 있으나 전해지지 않는다.

3. 좌무제(左懋第: 1601-1646): 자 중급(仲及), 호 몽석(蘿石). 산동 래양현(萊陽縣) 사람. 좌무태의 종형. ‘명말 문천상(文天祥)’으로 추숭을 받을 정도로 남명 정권 하에서 항청 활동을 한 인물이다. 후에 청 정부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죽기 전에 ‘좌씨 집안은 청나라의 관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남겼다. 그 후 좌씨 집안은 좌무제의 유언대로 과거제도를 통해 사도의 길로 나가는 것을 거절했다.

4. 이정상(李呈祥: ？-1688): 자 기선(其旋)·길진(吉津), 호 목재(木齋), 산동 점화(霑化) 사람. 청초 관리. 순치 10년(1653) “부원(部院: 순무[巡撫]) 아문에서 만관(滿官)을 감원하고 한인(漢人)을 써야 한다고 진술하다가 “교언으로 정치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심양으로 유배.

5. 위관(魏琯): 순치 12년(1655) 도인법(逃人法)에 대해 간언하다가 요양으로 유배.

6. 이인(李裀: 1597-1656): 자 용곤(龍袞), 호 담원(澹園), 산동 고밀(高密) 사람. 청초 관원. 순치 12년 도인법의 폐해에 대해 간언, 만(滿)·한(漢)의 차별 대우에 반대하다가 상양보로 유배.

7. 계개생(季開生: 1627-1659): 자 천중(天中), 호 관월(冠月), 청초 강남성 태흥현(泰興縣) 사람. 순치 12년 건청궁(乾淸宮) 완성 후 양주에서 한족 궁녀를 사서 궁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 상소하다가 상양보로 유배.

8. 학욕(郝浴: 1623-1683): 호 설해(雪海), 복양(複陽). 청초 직례부(直隸府) 정주(定州: 현 河北 定縣) 사람. 순치 11년(1654) 오삼계(吳三桂)가 “공을 가짜로 속인다.”고 상소했다가 심양으로 유배되었고 후에 은강서원 개설, 운영함.

9. 진액신(陳掖臣: 1634-？): 자 심간(心簡), 강소 율양(溧陽) 사람. 진명하(陳名夏)의 장자. 순치 11년 부친 진명하가 상양보로 유배 올 때 연좌죄로 인해 함께 유배 옴.

10. 오조건(吳兆騫: 1631-1684): 자 한사(漢槎). 명 숭정(崇禎) 4년(1631) 강소성 오강(吳江)의 강남지역의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순치 14년(1657) 8월 남경의 향시(鄕試)에서 거인(擧人)이 되었다. 그해 강남지역 과장안 즉 ‘남위과장안(南闈科場案)’에 연루되어 순치 16년(1659)에 동북지역 영고탑으로 유배되어, 강희 20년(1681) 해배되었다. 『추가집(秋笳集)』이 전한다.

<주요 참고자료>

-函可 撰·張春 著, 『千山詩集·不二歌集』, 黑龍江大學出版社, 2011.

-李興盛, 『東北流人史』, 黑龍江人民出版社, 1990.

-何宗美, 『明末淸初文人結社硏究』, 南開大學出版社, 2003.

-楊麗娜, 『淸代東北流人詩社及流人詩作硏究』, 蘇州大學碩士學位論文, 2011.

-薛虹, 「函可和冰天詩社」, 『史學集刊』, 1984, 第1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