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천음사(月泉吟社)의 주요 설립 인물

   원나라 세조(世祖) 지원(至元) 23년(1286)은 당시 유민들에게 중요한 전환점의 시간이었다. 원나라 조정은 송나라 지식인들에 대한 정책을 대폭 조정했다. 같은 해 3월 기사(己巳)에 원나라 조정은 정문해(程文海)를 상하이로 파견하여 강남 일대의 유명 인사들을 널리 채용하도록 했다. 이러한 조치는 강남 지식인들에게 벼슬길을 열어주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들의 민족적 절개에 대한 위협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전(前) 의오(義烏) 현령이었던 오위(吳渭: 1228-1290)는 더 이상 자신의 ‘잠재(潛齋)’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사재(私財)를 털어 사주(社主)가 되어 방봉(方鳳)·사고(謝翶)·오사제(吳思齊)를 초청하여 무주(婺州) 포양(浦陽)을 중심으로 한 유민의 문학단체인 월천음사를 창설했다.

   월천음사의 설립과 주요 활동은 지원(至元) 23년(1286)에 시행되었다. 오위는 1286년 10월 15일 ‘춘일전원잡흥(春日田園雜興)’이란 시제(詩題)로 각지 유민들을 대상으로 시 창작활동을 열었고, 모집 이후 60명을 선정하여 『월천음사시(月泉吟社詩)』를 엮었다.(문학지식인 17 참고)

   이 활동의 전 과정(공고-모집-심사-시상 등)은 과거시험과 매우 흡사했다. 아마도 1286년 3월 기사(己巳)에 원나라 조정이 정문해(程文海)를 상하이로 파견하여 강남 일대의 유명 인사들을 널리 채용하도록 한 시대적 상황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또한 월천음사가 설립된 1286년에는 과거제도가 이미 폐지된 상황이었고, 원 중엽 인종(仁宗) 연우(延祐) 2년(1315)에 다시 회복되었다. 이로 볼 때 이 활동은 사로(仕路)를 잃은 지식인(문인)들에게 정신적 위안을 찾고자 했던 문학 활동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사의 조직과 창작활동은 후대 유민시사, 문인결사의 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월천음사를 설립하고 주요 활동을 벌인 주요 인물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오위(吳渭: 1228-1290)

   절강 무주(婺州) 포강(浦江) 사람. 호 청옹(清翁). 의오령(義烏令)이 되었다가 송나라가 패망한 후 오계(吳溪)에서 은거했다. 도연명을 사모하여 자호(自號)를 잠재(潛齋)라고 불렀다. 원나라 세조(世祖) 지원(至元) 23년(1286)에 송나라 유로(遺老)들을 위한 월천음사(月泉吟社)를 만들었고, 시 창작활동을 통해 그들의 작품을 모아 《월천음사(月泉吟社)》를 집록했다.

2. 방봉(方鳳: 1241-1322)

   자 소경(韶卿)·소부(韶父). 포강(浦江) 후정촌(後鄭村) 사람. 송나라 이종(理宗) 순우(淳祐) 원년에 태어나 원나라 영종(英宗) 지치(至治) 2년,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시문(詩文) 능력을 인정받아 남송 말년 복건(福建) 용주문학(容州文學)으로 제수받았다. 송나라가 패망한 후 벼슬자리에 뜻을 두지 않고 선화산(仙華山)으로 들어가 은자의 삶을 살면서 자호(自號)를 암로산인(岩南老人)이라 했다.

   방봉은 평소 명산대천을 두루 돌아다니며 송나라 유로(遺老)를 만나 망국의 아픔을 시문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포강(浦江)에 거류하던 시인 오사제(吳思齊), 사고(謝翱)와 깊은 교유를 하면서 창화(唱和)를 하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기탁했다. 오위(吳渭)와 함께 송나라 유로들의 월천음사(月泉吟社)를 창설하다. 월천음사의 주요 활동인 ‘춘일전원잡흥(春日田園雜興)’의 심사위원을 맡았고 후에 우수작을 집록하여 《월천음사시(月泉吟社詩)》 2권을 엮었다.

   방봉은 당시 문단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으며 원대 저명한 문학가 황진(黃溍)·유관(柳貫)·오래(吳萊) 등은 그의 문하에서 나온 인물들이다. 저서로는 《정인심서(正人心書)》(미완의 원고)가 있고, 시문집으로는 《존아당고(存雅堂稿)》(대부분 산일) 등이 있다. 후대에 장수(張燧)가 방봉의 원고를 모아 《존아당유고(存雅堂遺稿)》를 엮었다.

3. 사고(謝翶: 1249-1295)

   남송의 애국 시인이며 ‘복건삼현(福安三賢)’ 중의 한 사람이다. 자는 고우(皋羽) 또는 고보(皋父)이며, 호는 송루(宋累) 또는 희발자(晞發子)이다. 원적(原籍)은 장계(長溪: 지금의 하포현霞浦縣 송성진松城鎮 만현萬賢) 사람인데, 후에 부친을 따라 건녕부(建寧府) 포성현(浦城縣)으로 옮겨와 살았다. 부친 사월(謝鑰)은 민동(閩東)의 유명한 경학(經學) 대가이며 특히 《춘추(春秋)》에 정통했다.

   사고는 도종(度宗) 함순(咸淳) 연간에 진사에 응시했으나 낙방했다. 그 후 공종(恭宗) 덕우(德祐) 연간에 문천상을 따라 자의참군(諮議參軍)이 되었다. 문천상의 군대가 패한 후 절동(浙東)으로 피신하여 영가(永嘉)·괄창(括蒼)·근(鄞)·월(越)·무(婺)·목주(睦州) 등을 오가며 지냈다. 방봉(方鳳)·오사제(吳思齊)·등목(鄧牧) 등과 월천음사를 창설했다.

4. 오사제(吳思齊: 1238-1301)

   자 자선(子善), 호 전귀자(全歸子). 무주(婺州) 영강(永康) 사람. 남송의 유민이자 시인. 송말에 가흥현승(嘉興縣丞)이 되었고 후에는 진강막부(鎮江幕府)가 되었다. 그러나 가사도(賈似道)와 뜻이 어긋나 요주절제사(饒州節制司)로 좌천되었다가 후에 사직하고 동려(桐廬)에서 거하면서 자호(自號)를 전귀자(全歸子)라고 했다. 원 대덕(大德) 5년 6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사제의 증조부 오심(吳深)은 진량(陳亮)의 학생이었고 영가(永康) 학파의 주요 구성원이었다.

   오사제는 송이 패망한 후 포양(浦陽)에 은거하여 사고(謝翱)·방봉(方鳳)·오위(吳渭)와 함께 월천음사를 설립했다. 후에 월천음사의 작품을 수록한 《월천음사시(月泉吟社詩)》를 편찬했고, 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사(詩社) 총집(總集)이다. 유전하는 시문은 많지 않으며 《의고(擬古)》, 《제녹원사벽간기노간숙공나한견몽사(題鹿苑寺壁間記魯簡肅公羅漢見夢事)》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