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업팔대가(舉業八大家)’ (一)

   거업팔대가는 명대 팔고문에 뛰어난 8명의 문장가 왕오(王鏊), 탕현조(湯顯祖), 당순지(唐順之), 귀유광(歸有光), 구경순(瞿景淳), 설응기(薛應旂), 호우신(胡友信), 양기원(楊起元)을 말한다.

1. 왕오(王鏊: 1450-1524)

   자 제지(濟之), 호 수계(守溪). 오현(吳縣: 현 강소성 소주蘇州) 사람이다. 명대의 명신이자 문학가이다. 명 헌종(憲宗) 성화(成化) 11년(1475)에 진사가 되어 한림원 편수로 제수되었고, 효종(孝宗) 홍치(弘治) 연간에는 시강학사(侍講學士)·일강관(日講官)·이부우시랑(吏部右侍郎)의 직책을 맡았다. 무종(武宗) 정덕(正德) 연간에 이부좌시랑(吏部左侍郎)이 되어 이부상서(吏部尚書) 한문(韓文) 등과 무종에게 유근(劉瑾) 등 ‘팔호(八虎)’를 주벌할 것을 청하였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 후 호부상서(戶部尚書), 문연각대학사(文淵閣大學士)를 역임하였다. 여러차례 유근의 세력에 대한 비판을 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직하고 귀향한 후 다시는 벼슬을 하지 않았다.

   왕오는 박학하고 경학에 정통했다. 고문가이자 팔고문의 대가로 인정받았으며 서법가와 장서가로도 유명하다. 유장성(俞長城)은 “팔고문에 왕수계가 있음은 마치 역사에 용문(龍門: 사마천), 시에 소릉(少陵: 두보), 서예에 왕우군(王右軍: 왕희지)이 있는 것과 같다. 왕수계는 백대가 지나도 다시 나오기 어려운 인물이다.”(《백이십명가제의(百二十名家制義)》의 서문)라고 했다. 팔고문 개인 문집으로 《왕수계문고(王守溪文稿)》가 있고, 저서로 《진택편(震澤編)》·《진택집(震澤集)》·《진택기문(震澤紀聞)》 등이 세상에 전한다.

2. 탕현조(湯顯祖: 1550-1616)

   자 의잉(義仍), 호 해약(海若)·약사(若士)·청원도인(清遠道人). 강서성 임천(臨川) 사람이다. 명대 유명한 희곡가이자 문학가이다. 20세에 거인(舉人)이 되었고 만력 11년(1583)에 진사에 합격했다. 난징 태상시박사(太常寺博士)와 예부주사(禮部主事)를 역임했다. 만력 19년(1591) 당시 관료의 부패와 엄당 세력의 전횡에 분노하여 <논보신과신소(論輔臣科臣疏)>를 올렸다가 결국 서문전사(徐聞典史)로 좌천되기도 했다. 탕현조는 문학 방면에서 뛰어난 성과가 많았다. 특히 희곡작품 가운데 《환혼기(還魂記)》·《자차기(紫釵記)》·《남가기(南柯記)》·《한단기(邯鄲記)》를 합쳐 “임천사몽(臨川四夢)”이라 부르며, 이 가운데 《환혼기》(즉 《모란정(牡丹亭)》)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3. 당순지(唐順之: 1507-1560)

   자 응덕(應德)·의수(義修). 호 형천(荊川). 세상에서 ‘형천선생(荊川先生)’이라 부른다. 무진(武進: 현 강소성 상주常州) 사람이다. 명대의 유학가이자 산문가이며 군사와 수학에도 뛰어났다. 명 세종 가정(嘉靖) 8년(1529) 회시(會試)에서 1등하여 한림편수(翰林編修)에 제수되었고, 후에 병부주사(兵部主事)가 되었다. 당시 왜척이 자주 연해를 침범하여 병선(兵船)을 이끌고 왜구를 격파하기도 했다. 가정 39년(1560) 왜구에 대항하던 중 병이 들어 통주(通州: 강소성 남통南通)에서 세상을 떠났다. 숭정(崇禎) 시기에 양문(襄文)이라는 시호를 받았다. 문학적으로는 당송문학을 존숭하여 명 중후기에 ‘당송파(唐宋派)’의 리더가 되었다. 문학사에서 팔고문과 고문 창작에 뛰어난 인물로 손꼽힌다. 주요 작품으로 《형천선생문집(荆川先生文集)》, 《육편(六编)》 등이 있다.

4. 귀유광(歸有光: 1507-1571)

   자 희보(熙甫)·개보(開甫), 호 진천(震川)·항척생(項脊生). 세상에서 ‘진천선생(震川先生)’이라 부른다. 소주부(蘇州府) 곤산현(昆山縣: 현 강소성 곤산시昆山市) 선화리(宣化里) 사람이다. 명 중기 대표적인 산문가이다. 명 세종 가정(嘉靖) 19년(1540) 거인(舉人)이 되어 그 후 회시(會試)에 참가했으나 8번이나 낙방을 하여, 가정(嘉定) 안정강(安亭江)에서 살면서 학문 연구에 몰두했고 따르는 학도들이 많았다. 가정 33년(1554) 왜구의 침입으로 인해 도성으로 들어가 대책을 준비하면서 《어왜의(禦倭議)》를 지었다.

   가정 44년(1565) 60세의 나이에 진사가 되었다. 그 후 장흥지현(長興知縣)·순덕통판(順德通判)·남경태부시승(南京太仆寺丞) 등의 관직을 맡았고, 《세종실록(世宗實錄)》 편수에도 참여했다. 목종(穆宗) 융경(隆慶) 5년(1571)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귀유광은 당송고문을 숭상했고, 그의 산문 풍격은 소박하고 감정은 진솔했다. 팔고문과 고문 창작에 뛰어났으며 명대 대표적인 ‘당송파(唐宋派)’ 작가로 손꼽힌다. 당순지(唐順之)·왕신중(王愼中)과 함께 ‘가정삼대가(嘉靖三大家)’로 손꼽힌다. 저서로는 《진천선생집(震川先生集)》·《삼오수리록(三吳水利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