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 시사(詩社)와 문인: 영남지역 남원시사(南園詩社)의 전승 인물(2)

   명대 영남지역 남원시사의 전승은 원말명초 남원오선생의 남원시사를 시작으로 하여, 그 후 가정 연간 남원후오선생의 남원후오자시사, 숭정 연간 남원십이자의 진자장(陳子壯)남원시사로 이어져 왔다. 원말명초 남원시사는 영남지역 문인결사의 문을 처음 열면서 영남 문학의 발전에 주춧돌을 세웠다면, 가정 시기의 남원후오자시사는 명대 복고파 문인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영남 문학의 인지도를 높였고, 숭정 연간의 남원십이자는 정치적인 색채를 띠면서 영남 문학의 정치적 특징을 부여했다. 이들은 시대도 구성원도 문학풍격도 각기 다르지만 남원이라는 공간과 시사를 전승하면서 영남 문학의 전통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문인결사(남원시사)는 지역 문학발전을 이끄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영남 지역 문학생산의 메커니즘으로 작용하였다.

   숭정 10년(1637)에 설립된 진자장남원시사는 진자장이 세웠다고 하여 ‘진자장남원시사’ 또는 ‘남원십이자시사(南園十二子詩社)’라고도 한다. 12명은 진자장·진자승·구대임·구필원·구회서·구회년·여수구·여방함·황성년·황계항·서분·통안이다.(남원오선생, 남원후오선생은 (1)을 참고)

1. 진자장(陳子壯: 1596-1647) 

   자 집생(集生), 호 추도(秋濤). 남해(南海) 출신. 만력(萬曆) 47년 진사가 되어 한림원편수(翰林院編修)에 제수되었고, 숭정(崇禎) 시기에 예부우시랑(禮部右侍郎)에 올랐다. 1647년 진방언(陳邦彥), 장가옥(張家玉) 등과 항청(抗清) 활동을 하다가 순절했다. 역사에서는 이들을 ‘영남삼충(嶺南三忠)’이라 부른다. 저서로 《진문충공유집(陳文忠公遺集)》, 《남궁집(南宮集)》 등이 있다.

2. 여수구(黎遂球: 1602-1646) 

   자 미주(美周), 별호(別號) 연수도인(蓮須道人). 번우(番禺) 사람. 명말 항청 관원이자 시인. 진자장을 스승으로 모셨다. 천계 7년(1627)에 거인이 되었다. 시문(詩文)도 훌륭했지만 특히 산수화에 뛰어나 “모단장원(牡丹狀元)”으로 불렸으며, 《송구계도북상산수도(送區啟圖北上山水圖)》가 전한다. 숭정 17년(1644)에 항청 활동을 벌이면서 남명 홍광(弘光) 원년(1645) 당왕(唐王)이 복건(福建)에서 융무제(隆武帝)가 되면서 병부직방사주사(兵部職方司主事)에 제수되었다. 융무(隆武) 2년(1646) 천군이 남문(南門)을 함락하자 수백 명의 기병들과 항전을 벌이다가 동생 여수홍(黎遂洪)과 함께 순국하였다. 당시 향년 45세였다. 저서로 《연수각시문집(蓮須閣詩文集)》, 《주역효물당명(周易爻物當名)》 등이 있다.

3. 진자승(陳子升: 1614-1692) 

   자 교생(喬生), 호 중주(中洲). 남해(南海) 사람. 진자장의 동생. 영력(永曆) 시기 제생(諸生)이 되어 병과급사중(兵科給事中)에 제수되었다. 광동 구강(九江)에서 항청 활동을 벌이다가 실패한 후 모친을 모시고 산으로 피신·은거하면서 벼슬을 하지 않았다. 후에 여산(廬山)에서 출가했다. 저서로 《중주초당시(中洲草堂詩)》, 《연집(硯集)》 등이 있다.

4. 구주우(歐主遇: 생졸년 불상) 

   자 가가(嘉可), 호 일공(壺公). 순덕(順德) 사람. 명 희종(熹宗) 천계(天啟) 7년(1627) 부방(副榜: 향시에 합격했으나 거인(擧人)의 인원수에 제한이 있어 거인의 자격을 받지 못한 사람 중에서 국자감(國子監)에 입학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명 계왕(桂王) 영력(永曆) 2년(1648)에 큰 흉년이 들었을 때 수백 가구를 구휼하여 그 덕을 칭송받았다.

5. 구필원(歐必元: 1573-1642) 

   자 자건(子建). 순덕(順德) 사람. 구주우의 사촌 형. 15세에 제생(諸生)이 되었고, 그 후 숭정 연간에 60세가 되어서야 공생(貢生)이 되었다. 일찍이 시폐(時弊)를 지적하는 상소를 지어 올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의 바른 성품을 이름하여 영남단사(嶺南端士)라고 불렀다. 만년에 산 속에 들어가 창작에만 몰두했다. 저서로 《녹옥재고(琭玉齋稿)》, 《나부초(羅浮草)》 등이 있다.

6. 구회서(區懷瑞: 생졸년 불상) 

   자 계도(啟圖), 불산(佛山) 완용촌(阮埇村) 사람. 구대상(區大相)의 장자. 명 천계 7년(1627) 거인이 되어 호북당양현지현(湖北當陽縣知縣)이 되었다. 천계 연간에 농민기의가 일자 기의병들을 돕고 백성을 규휼하여 백성들의 안정된 생활을 도모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를 설립하고, 비황양창(備荒糧倉)을 세우는 등 여러 가지 민정 정책을 펼쳤다. 후에 농민기의가 전국을 석권하자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저서로 《추정고(趨庭稿)》, 《유연오초(遊燕吳草)》 등이 있다.

7. 구회년(區懷年: 생졸년 불상) 

   자 숙영(叔永). 고명(高明) 사람. 구대상(區大相)의 차남. 명 희종(熹宗) 천계(天啟) 원년(1621) 공생(貢生)이 되어 태학고통판(太學考通判)에 제수되었다. 저서로 《현초당장고(玄超堂藏稿)》, 《격축음(擊筑吟)》 등이 있다.

8. 여방함(黎邦瑊: ?-1644) 

   자 군선(君選), 호 동석(洞石). 종화(從化) 사람. 남원후오자 여민표(黎民表)의 아들. 명 광종(光宗) 태창(泰昌) 원년(1620)에 공생(貢生)이 되어 흥업지현(興業知縣)에 제수되었다. 저서로 《동석고(洞石稿)》가 있고, 진백도(陳伯陶)의 《승조월동유민록(勝朝粵東遺民錄)》(卷二)에 전(傳)이 있다.

9. 황성년(黃聖年: 생졸년 불상) 

   자 봉영(逢永), 호 석용(石傭), 대약산인(大藥山人). 순덕(順德) 사람. 명 신종(神宗) 만력 46년(1618)에 거인이 되어 호광당양교유(湖廣當陽教諭)에 제수되었다. 저서로 《장동초(牆東草)》, 《임유초(壬遊草)》 등이 있다.

10. 황계항(黃季恒: 생졸년 불상) 

   명대 시인. 진자장, 여수구 등과 교류하여 진자장시사에 가입하여 활동함. 고증할 만한 관련 자료 부족함.

11. 서분(徐棻: 생졸년 불상) 

   자 목지(木之), 남해(南海) 사람. 명 사종(思宗) 숭정 연간에 제생(諸生)이 되었다. 관련 자료가 숭정 연간 《조경부지(肇慶府志)》(卷四八)에 일부 보인다.

12. 통안(通岸: 1566-1647) 

   자 각조(覺道), 가림(訶林)에 거주했다. 스님이다. 저서로 《서운암집(棲雲庵集)》이 있고, 관련 자료가 온여능(溫汝能)의 《월동시해(粵東詩海)》(卷九八)에 일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