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 시사와 문인: 영남지역 남원시사(南園詩社)의 전승 인물(3)

   명대 3개의 대표적인 남원시사의 전승을 보면, 남원전오자시사는 영남 문인결사의 시작과 함께 시주 창화의 창작모임의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했다면, 남원후오자시사는 시사 활동과 명대 문단의 문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영남 문학의 인지도를 넓혀나갔으며, 진자장남원시사는 시정(時政)에 관여하고 반청활동을 하는 정치적 성격을 띠었다. 이처럼 남원시사는 각각의 시대적 환경과 문학 환경에 따라 원말명초(원 지정 1351-1352)를 거쳐 명 중기(가정 1541)를 이어 명말(숭정 1638)에 이르기까지 단절과 연속을 반복하면서 근 300년 정도 전승되었다.

   청대에도 명대 영남 문인결사의 흐름은 계속 이어졌다. 청초에는 정권교체기의 여운이 남아있던 시기여서 시기적으로 가까운 진자장남원시사의 영향을 받았다. 청초 영남 시인으로서 ‘영남삼대가(嶺南三大家)’라 일컬어지는 굴대균·진공윤·양패란의 활동이 컸다. 굴대균 역시 “나는 일찍이 고향의 제공(諸公)과 함께 서원시사를 세워 앞선 사람들을 좇았다.”라고 했으며, 실제로 아악사·탐매시사·서원시사·동고시사 등을 설립했다. 그 후 선통(宣統) 3년(1911) 양정분은 요균·이계융·심택당 등 8명과 항풍헌(抗風軒)에 모여 ‘후남원시사’를 설립했다. 후남원시사의 재개는 최초 남원시사의 설립 후 약 500여 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 후 민국 시기 1936년 모광생(冒廣生)의 주동으로 여심일·웅윤동·증희영·동소필·이리암의 ‘남원금오자’가 출현했고, 신중국 성립 이후 60년대 초에 광동의 청년 시인 ‘남원신오자’가 출현했다. 이들은 동소필의 납재(臘齋)에 모여 시예를 공부했다. 려익지와 반원복은 임세홍(林世鴻: 60년대 활동한 광주 시인)의 학생이고, 임세홍은 동소필의 문하생이었다. 주석부는 동소필의 가족의 제자였고, 진영정은 주석부의 중학 동창이다.

   그 후 1982년 광저우 원로 시인 유일생·양위군(楊偉群)과 주석부·유사분·양감강(梁鑑江) 등은 전국적인 대형시사를 설립했다. 진영정은 남원시사의 명칭을 회복하여 남원시가의 전통을 계승하자고 제의했고, 후에 관련 부처의 비준을 받아 ‘광주시사’로 이름하였다.

   청대 이후 영남지역 남원시사의 주요 전승 내용과 일부 인물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표1> 청대 이후 남원시사의 주요 전승 인물과 특징

1. 이리암(李履庵: 1902-1944): 원명 광(洸), 호 취만(吹萬). 광동 중산(中山) 사람. 광동고등사범학교 법과 졸업. 중산읍 중학교 교장 엮임.

2. 여심일(餘心一: 1904-1942): 자 인가(印可), 광동 조안(潮安) 사람. 광동고등사범학교 졸업. 징해현장(澄海縣長)을 엮임.

3. 증희영(曾希穎: 1903-1985): 원명 광준(廣雋), 호 료암(了庵). 광동 번우(番禺) 사람. 모스크바대학에서 정치군사를 공부한 후, 귀국 후 이종인(李宗仁)의 참모가 되었다. 1936년 6월 진연(陳衍), 모광생(冒廣生)이 광주로 오자 금오자와 함께 만남을 가졌다. 료광서(廖鳳舒)·유백단(劉伯端)과 성견사(成堅社)를 설립하여 사학(詞學)을 제창했다.

4. 웅윤동(熊潤桐: 1899-1974): 자 노가(魯柯), 호 칙암(則庵). 광동 동완(東莞) 사람. 광동고등사범학교 졸업. 평생 교육사업에 종사했다.

5. 동소필(佟紹弼: 1911-1969): 원명 입훈(立勳), 자 소필(少弼), 호 납재(臘齋). 양근(勷勤)대학· 광동대학·국민(國民)대학·광주대학 등에서 근무했었다. 1949년 이후 광저우 지용중학(知用中學)의 어문 교사를 역임했다.

   청대 이후의 ‘후남원시사’-‘남원금오자’-‘남원신오자’는 명칭으로만 보아도 명대의 ‘남원전오선생’-‘남원후오선생’-‘남원십이자’를 전승하고자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남원시사는 원말명초에 첫 번째 설립을 통해 영남 시사의 기초를 마련했고, 명 중기의 2차 설립은 영남 시사의 발전을 다졌으며, 명말 숭정 연간 3차 설립은 영남 시사의 시대적 참여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청대 이후 영남 시사와 시파의 발전이 지속 가능하도록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남원시사는 영남지역 문인결사의 ‘토대-형성-발전-전승’을 거치면서 영남지역 문인결사의 핵심적인 시사로서 공헌했다. 뿐만아니라 영남지역 문인들의 문학 활동과 교제의 장이 되었고, 영남지역 시파의 전통을 잇는 매개체로서 작용했다. “남원시사의 역사는 영남시파 역사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한 천융정(陳永正)의 말이 일리가 있다.(陳永正, 「南園詩歌的傳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