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업팔대가(舉業八大家)’ (二)

   거업팔대가는 명대 팔고문에 뛰어난 8명의 문장가 왕오(王鏊), 탕현조(湯顯祖), 당순지(唐順之), 귀유광(歸有光), 구경순(瞿景淳), 설응기(薛應旂), 호우신(胡友信), 양기원(楊起元)을 말한다.

5. 구경순(瞿景淳: 1507-1569)

   자 사도(師道), 호 곤호(昆湖). 강소성 상숙(常熟) 오거(五渠) 사람. 명대 학자이자 문학가이디. 《영락대전(永樂大典)》의 총교관(總校官)을 맡았다. 가정(嘉靖) 23년(1544) 회시에서 1등, 전시(殿試)에서 2등(방안榜眼)을 하여 한림원편수(翰林院編修) 직에 올랐다. 성정은 청렴하고 강직하다. 왜구(倭寇)가 강남(江南)을 침범하자 강남에서 곧장 북경으로 달려가 대학사(大學士) 엄숭(嚴嵩)을 뵙고, 총독(總督) 호종헌(胡宗憲)이 강력한 군대를 소유하고는 있지만 왜구에 대항할 힘이 없어서 백성들의 생활만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후에 시독학사(侍讀學士) 직을 맡아 한림원의 일을 처리하였고, 다시 남경국자감좨주(南京國子監祭酒)·이부우시랑(吏部右侍郎)·예부좌시랑(禮部左侍郎) 등의 직위에 올랐다.

   후에 《영락대전》 총교관의 일을 맡았던 공로로 한림원학사(翰林院學士)를 겸직하였고 영이품(領二品)의 봉록을 받았다. 병이 잦아 상서를 올린 후 고향으로 돌아가 은거 생활하다가 얼마 안 되어 생을 마감했다. 시호는 문의(文懿)를 받았다. 《영락대전》 총교관의 일 외에도 《가정실록(嘉靖實錄)》을 편수했고, 《구문의제칙고(瞿文懿制敕稿)》(1권), 《제과집(制科集)》(4권) 및 시문집(詩文集)(16권) 등을 지었다.

6. 설응기(薛應旂)

   자 중상(仲常), 호 방산(方山). 무진(武進: 현 강소성) 사람. 명대 문학가이자 사학가이다. 가정(嘉靖) 14년(1535)에 진사가 되어 남경고공랑중(南京考工郎中)의 직을 받았다. 엄숭(嚴嵩)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건창통판(建昌通判), 절강제학부사(浙江提學副使)로 폄적되었다. 귀양에서 돌아온 후 오직 저술 작업에만 몰두했다. 집에는 지적도(地籍圖)와 호적 관련 자료들이 많았다. 청초 강소서(姜紹書) 《운석재필담(韻石齋筆談)》의 기록에 의하면, 그의 장서(藏書)는 오관(吳寬)·모곤(茅坤)·왕수인(王守仁) 등과 필적할 만큼 많았다고 한다. 저서로 《송원자치통감(宋元資治通鑒)》·《고정연원록(考亭淵源錄)》·《사서인물고(四書人物考)》·《방산문록(方山文錄)》·《갑자회기(甲子會記)》·《고사전(高士傳)》 등이 있다.

7. 호우신(胡友信: 1516-1572)

   자 성지(成之), 호 사천(思泉). 절강성 덕청현(德清縣) 문창리(文昌里) 사람. 가정 형편이 매우 어려웠지만 독서에 집중하면서 널리 고문헌들을 섭렵하였다. 융경(隆慶) 2년(1568)에 진사가 되었다. 융경 4년 순덕지현(順德知縣)이 되어 혜정(惠政)을 베풀었다. 그는 부임지에 도착한 후, 전임(前任) 유사성(俞思誠)이 세금을 마구 걷고 뇌물도 빈번히 오갔으며, 백성들은 무거운 세금 외에도 오역(衙役)에 ‘월전(月錢)’을 바쳐야 했고, 그렇지 못하면 괴롭힘을 당하거나 심한 매를 맞기도 했다. 결국 가혹한 탈취가 계속되자 현(縣)의 백성들의 반항이 이어졌고 게다가 도적 떼가 일어나 양민들의 해가 되고 있음을 목도하였다. 그는 이러한 폐해를 신속하게 처리하여 백성들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호우신은 경사(經史)에 정통하고 학문이 매우 깊었다. 특히 팔고문에 뛰어나 귀유광(歸有光)과 이름을 나란히 하여 “귀호(歸胡)”라고 불렸다. 만력(萬曆) 원년(1573)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저서로 《천일산고(天一山稿)》가 세상에 전하며, 《명사(明史)》(287권)에 「호우신전(胡友信傳)」이 전한다.

8. 양기원(楊起元: 1547-1599)

   자 정복(貞復), 호 복소(復所). 박라(博羅: 현 광동성) 박두촌(泊頭村) 사람. 후에 귀선현(歸善縣) 탑자호(塔子湖)로 옮겨와 살았다. 15세에 부학(府學)에 들어갔다. 융경(隆慶) 원년(1567) 향시(試)에서 해원(解元)이 되었다. 그 후 3차례나 회시(會試)를 보았으나 연거푸 실패하다가 만력(萬曆) 5년(1577)에 진사가 되었고 서길사(庶吉士)로 뽑혔다. 태주학파(泰州學派) 나여방(羅汝芳)을 스승으로 모셨으며 이학(理學)으로도 유명하다. 만력 7년(1579)에 한림원편수(翰林院編修)를 제수받았다. 이듬해 병이 들어 혜주(惠州)로 돌아가 돈인서원(敦仁書院)을 세워 서호영복사(西湖永福寺)에서 강학(講學) 활동을 했으며, 당시 《혜주부지(惠州府志)》를 지었다. 그 후 국자감사업(國子監司業)·사경국세마(司經局洗馬)·국자감좨주(國子監祭酒)·남경예부우시랑(南京禮部右侍郎)·남경이부우시랑 등을 맡았다.

   만력 26년(1598) 북경이부우시랑(北京吏部右侍郎) 겸 시독학사(侍讀學士)가 되었으나 모친상으로 인해 임직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 상을 치렀다. 이듬해 9월 혜주에서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시호는 문의(文懿)를 받았다. 저서로는 《증학편(證學篇)》(《명유태주학안(明儒泰州學案)》에 수록)·《증도서의(證道書義)》·《양자학해(楊子學解)》·《논학존사고(論學存笥稿)》·《천천회어(天泉會語)》·《백사어록(白沙語錄)》·《석도제경품절(釋道諸經品節)》·《양문의집(楊文懿集)》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