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지식(인): 인물, 개념, 서책(19)

조회 수 622 추천 수 0 2022.12.07 19:26:37

정사초(鄭思肖)심사(心史)

 



정사초(鄭思肖: 1241-1318)


   송말 시인이자 화가. 연강(連江: 현재 복건성 복주시福州市 연강현連江縣) 사람. 남송(南宋) 이종(理宗) 순우(淳祐) 원년(1241)에 태어나, () 인종(仁宗) 연우(延佑) 5(1318)에 향년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부친 정기(鄭起: 초명初名은 진)의 자는 숙기(叔起), 호는 국산(菊山)이며 남송 평강(平江: 현재 강소성 소주蘇州)서원의 산장(山長)을 지냈다. 정사초는 어려서부터 부친의 교육을 친히 받으며 자랐다. 20세 정도에 태학(太學)의 상사생(上舍生)으로 박학홍사시(博學鴻詞試)에 응시했었고, 화정서원(和靖書院) 산장(山長)에 제수되기도 했다.


   정사초는 원군(元軍)이 대거 남하할 때 임안(臨安: 현재 항주杭州)에서 황제에게 폐정(弊政)을 제거하고 국가의 위엄을 새롭게 다져서 원군에 대항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렸으나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 후 객이 되어 오()에 머물렀다. 남송이 멸망한 후 백이·숙제의 정신을 이어받아 원나라 조정의 신하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칭 고신(孤臣)”이라 불렀다.


   정사초의 원명은 지인(之因)이다. 송나라가 망한 후 사초(思肖)로 개명했다. ()의 의미는 송조의 성() “()”의 일부분을 가리킨다. 자(字)를 억옹(憶翁)이라 지은 이유는 고국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호를 소남(所南)이라 부른 이유도 일상생활에서조차 늘 남쪽을 향하고 북쪽을 등지고 있겠다는 뜻이다. 자칭 국산후인(菊山後人), 경정(景定)시인 삼외야인(三外野人), 삼외노부(三外老夫)라고도 불렀다.


   정사초는 특히 묵란(墨蘭)을 뛰어나게 잘 그렸다. 특징을 보면, 꽃과 잎이 성기었고 뿌리와 흙은 그리지 않았다. 흙이 없는 것은 송의 국토가 이족에게 침탈당했음을 의미했고, 뿌리가 없는 것은 남송이 국가의 기틀을 잃었음을 상징했다. 저서로 정소남선생문집(鄭所南先生文集)1, 소남옹일백이십도시집(所南翁一百二十圖詩集)1, 금전여소(錦錢餘笑)1권이 있으며, 앞의 두 권은 지부족재총서(知不足齋叢書)본과 사부총간(四部叢刊)본에 각각 실렸다. 화집으로 국향도권(國香圖卷), 죽권(竹卷)등이 전한다.

 


심사(心史)


   《심사는 정사초의 절개와 기질이 잘 반영된 작품을 모아둔 책으로 그의 독특한 행보를 엿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정사초는 35세에 송이 망하자 고향을 떠나 오 땅의 명산과 선원(禪院)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40년간 애국의 정조를 반영한 시문(詩文)을 지었다. 함순집(咸淳集)1, 대의집(大義集)1, 중흥집(中興集)1권이 있으며, 여기에 시 250, 잡문 4, 자서(自序) 5편이 실렸으며 이를 모두 합하여 심사(心史)라고 이름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시문집을 간행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만년에 심사를 다시 잘 봉합하여 소주(蘇州) 승천사(承天寺)의 마른 우물 속에 넣어두었다. 심사속의 문자는 정사초의 피눈물을 머금고 있다. 남송의 애국지사에 대해 노래하고, 간신적자를 통렬히 비난하고, 원군(元軍)의 만행을 폭로하고, 자신의 애국 충정을 표현하였다.


   그 후 심사는 마른 우물 안에서 약 350여 년 동안 잠겨있다가 명 숭정(崇禎) 11(1638) 겨울에 이르러 처음 발견되었다. 커다란 철제 상자에 담겨있었고, 밖에 대송 고신 정사초가 백배하고 봉함(大宋孤臣鄭思肖百拜封)”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렇게 심사350여 년이 흘러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후대에 진복강(陳福康) 선생은 심사의 기이함을 깊이 있게 논증하였다. 우물 속의 기서에 대한 고증(井中奇書考)에서 5장의 편폭을 할애하여 심사가 우물 속에서 나온 배경, 간각(刊刻) 경위, 명 간본(刊本)의 서발(序跋), 심사와 명청교체기의 애국 문인의 관계, “위서설(僞書說)”의 출현 및 심사의 문학·사학적 가치 등을 주제로 하여 상세하게 사료를 제시함으로써 심사가 확실히 기서임을 실증했다. 하지만 심사가 우물에서 발견되어 세상에 나온 후 명청교체기를 이어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기서위서다 하는 이견(異見)들이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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